기사 메일전송
김봉경 금쏘가리 대표 “미술과 음식 접목한 가든식 음식점 열고파” - 전도유망한 조각가에서 민물고기집 사장된 특별한 사연
틈새시장 공략으로 단골확보, 개인전 등 현업 복귀 시동
  • 기사등록 2017-09-21 11:49:01
기사수정
김봉경 금쏘가리 대표가 자신의 작품 ‘흔적’ 앞에서 포즈를 취해 보이고 있다.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지역 작가들의 미술작품을 감상하면서 민물고기도 맛있게 드실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부산시 수영구 광안동에서 5년째 민물고기 전문점 ‘금쏘가리’를 운영하는 김봉경 대표(51세)는 조각을 전공한 예술가의 이력을 살려 미술과 음식을 접목한 ‘가든식 음식점’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가게 내부에는 김 대표가 직접 제작한 ‘흔적’, ‘마음시리즈’ 등의 미술작품들이 다수 전시돼 있다. 그는 “지금은 제 작품 위주로 전시를 하고 있지만 향후 여력이 된다면 부산지역 선후배 작가들의 작품도 전시해 판매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활어 천국인 부산에 과감히 ‘민물고기 전문점’ 간판을 내걸고 오로지 맛과 정성으로 승부를 걸었다. 그 결과 민물고기에 대한 향수를 가진 50대 이상의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단골고객들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블로그 등 SNS를 통해 ‘광안동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젊은층들도 찾고 있다.

‘금쏘가리’는 대표메뉴인 향어회를 비롯해 참게(참게+메기)매운탕, 쏘가리매운탕, 메기매운탕, 어탕국수 등 민물고기를 전문으로 취급한다. 이색적인 가게 이름은 아르바이트를 했던 선배 가게 이름(황쏘가리)과 김 대표의 성인 ‘金(김/금)’에 착안해 ‘금쏘가리’로 지었다고 한다. 쏘가리는 민물 최고의 고기를 일컫는데 황색을 띠며 맛이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그는 “가게 오픈 초기에는 현상유지도 안될 만큼 힘들었지만 민물고기를 좋아하는 마니아층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올해부턴 예약손님까지 받고 있다”며 “주로 향어회와 매운탕이 많이 나가고 가격이 비싼 쏘가리의 경우 하루 전에 예약주문을 하면 드실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음식점 사장’으로서 성공 궤도에 올랐지만 마음 한 켠에는 자신의 본업인 ‘조각가’로 복귀할 날을 꿈꾸고 있다. 그는 동의대학교 조소과에 입학 후 3학년 무렵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에 유학을 결심했다. 처음에는 돌조각으로 유명한 이태리로 갈 생각이었지만 지도교수의 추천으로 1997년 독일로 건너가 브레멘 국립조형대학에서 석사와 마이스터과정을 졸업했다.

김 대표는 학업과 병행해 한국·독일·프랑스 등에서 다양한 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했다. 1994년 바다미술제(부산 해운대 백사장), 2001년 도시전(독일 올덴부르크), 아트리어49(프랑스 발레리스) 디프롬(독일 브레멘) 등에 참여했다. 2005년에는 독일 아트리어호프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2006년에는 부산 자미원갤러리에서 제2회 개인전도 가졌다.

8년간의 유학생활은 그에게 조각가의 꿈을 실현시켜 주었지만 작품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려운 전업작가의 현실적인 벽을 실감하게 됐다.

김 대표는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다보니 유학생활 내내 식당과 도서관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생활비를 벌었다”며 “독일에서 마이스터 과정을 마치고 현지에 남을지 고민했는데 독일 역시 미대출신들이 취업하기 어렵고 전업예술가로서의 비전도 불투명해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그는 대학 강단에 서고 싶은 마음에 동의대학교와 경성대학교에서 시간강사로 6년간 출강하면서 조소과와 회화과 학생들을 지도했다. 하지만 강의료만으로는 생활하기 어려워 고민하던 중 울산에서 민물횟집을 하는 선배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때부터 강의가 없는 방학 때면 선배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었다.

중매로 38살의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한 그는 시간강사료와 선배 가게 아르바이트만으로는 가장의 책임을 다할 수 없다는 생각에 장사를 하기로 결심하고 2013년 가게를 열었다.

김 대표는 “유명작가가 아니면 대학교수가 되기 어려운 현실을 직면하고 교수의 꿈을 접었다”며 “울산 선배로부터 민물회 뜨는 법과 매운탕 조리방법 등을 2년간 전수받아 민물고기 전문점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주 메뉴 중 하나인 어탕국수의 경우 가게인수자가 김 대표의 열정과 진심을 알아본 후 직접 비법을 전수해 줬다고 한다.

부산시 수영구 광안동에 위치한 금쏘가리.

그가 ‘바다횟집’이 즐비한 광안리에 민물고기 전문점을 낸 것은 두터운 마니아층과 틈새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처음엔 반대했던 아내도 김 대표의 설득에 지금은 함께 가게를 운영하며 가장 든든한 조력자가 돼 주고 있다.

김 대표가 가게를 운영하면서 가장 중심에 둔 것은 ‘초심’이다. 세월이 지나도 한결같은 맛과 청결, 친절 등 3가지 원칙에 입각해 손님들을 대하다보면 손님들이 또 찾고 싶은 음식점이 될 거란 자신감이 있었다.

그는 “1990년대 초반부터 민물고기집이 점차 사라졌는데 민물에 대한 향수를 가진 50대 이상의 어르신들이 우리 가게를 자주 찾는다”며 “수영구에서 향어회를 파는 곳은 금쏘가리가 유일하다”고 자부심을 보였다.

김 대표는 가게가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아내에게 장사를 맡기고 다시 조각가로 복귀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를 위해 현재 가게 2층 옥탑방에서 틈틈이 미술작업을 하고 있으며 이르면 올해나 내년쯤 개인전도 열 계획이다. 또한 부산미술협회 조소분과 회원으로 활동하며 선후배 작가들과 지속적으로 교류를 맺고 있다.

그는 열악한 순수미술 창작 환경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특히 미대를 졸업해도 전업 작가는 1%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인테리어 업종이나 다른 일을 찾아야 하는 현실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김 대표는 “현재 대학교에서 순수미술 학과가 없어지거나 통폐합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국립 미술 전문대학을 만들어 전문예술가를 양성할 수 있어야 한다”며 “특히 젊은 예술가들이 생계문제로 꿈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17-09-21 11:49:01
기자프로필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오늘의 주요뉴스더보기
부산은행
부산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
동양야금공업
원음방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