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다’라고 했던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이 갑자기 ‘저는 경찰을 사랑한다’고 사과했다.

대변인이라는 것은 당의 공식적인 ‘입’이다. 대변인은 당의 입장을 말하고 논평하고 브리핑하는 당의 대언론, 대국민 창구다.

그래서 대변인은 당의 모든 공개, 비공개 회의에 참석하는 고위 당직자이고 당 대표의 측근이기도 하다.

대변인은 때로는 은유법으로 비꼬기도 하고 상대의 허를 찌르고, 때로는 저격수 노릇도 마다않는 당의 惡役을 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변인은 개인의 입장을 말한다고 하기 보다는 당의 공식적인 입장을 말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장제원 대변인은 울산경찰청의 김기현 울산시장 비서실 압수수색이 있던 날 경찰을 향해 ‘정권의 사냥개가 광견병에 걸렸다.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고 사실상 막말 수준으로 논평을 했다.

그런데 장 대변인은 이 논평이 一波萬波로 번질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을까?, 아니면 파장을 일으키려고 의도적으로 했던 것인가?는 의문이다.

결국 장 대변인이 말하던 미친개(?)가 가만있을 리가 없다.

자신들을 그렇게 말하는데 어느 집단이 가만있겠는가?

장 대변인은 스스로 매를 번 것이다. 사태 수습이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고두고 장 대변인은 경찰의 입에 오르내리는 정치인이 될 것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장 대변인 ‘제 논평은 경찰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울산경찰청장을 비롯한 일부 '정치 경찰'을 명시한 논평이었다’며 ‘저는 경찰을 사랑한다’고 사과했다. 사실상 꼬리를 내렸다.

경찰은 장 대변인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찰의 표를 의식한 사과로 보인다고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의심받을 만하다. 자유한국당은 이런 분위기가 보수 전체에 불똥이 튈 것이라 우려하면서 여기저기서 ‘일부 경찰’에게 한 논평이었다고 진화에 진땀을 빼고 있다.

물론 장 대변인의 말대로, 경찰은 아니라고는 하지만 오해 살만한 상황이 없지는 않다. 울산시청 압수수색 있던 날이 김기현 울산시장의 당 공천이 확정되던 날이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장 대변인의 ‘사퇴’를 요구할 만큼 분위기가 싸늘하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공식 입장을 빨리 밝혀야 한다. 경찰의 요구에 대해 장 대변인의 사퇴든 아니든 당 입장을 말할 순서다.

과거 정치권의 유명한 보수당 대변인을 꼽으라면 홍사덕, 박희태 대변인을 떠올릴 수 있다. 그들의 논평이나 말에는 막말을 하더라도 운치가 있고 위트가 있고 은유가 있었다. 깊이 있는 말과 논평이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품격 있는 논평으로도 충분히 저격(?)이 됐고 관심을 끌었다.

모든 정치인은 자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를 원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스포트라이트가 자칫 정치 뒤안길로 떠나는 자신의 뒷모습을 향해 비출 수도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할 것이다.

民心은 냉정하다. 밤낮없이 고생하는 많은 경찰들이 분노하고 허탈해 하지 않도록 조속히 마무리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