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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정의 달이다. 사계절 중 가장 포근하고 싱그러운 달이 5월이다. 그 5월이 며칠이 지나면 가고 푸르른 6월이 온다.

5월은 가정과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어떤 것보다 가장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또 그 소중함을 항상 함께 하면서 푸른 6월을 맞이하기 위해 예쁘게 단장하는 달이기도 하다.

또 5월에는 5일이 어린이날, 8일은 어버이날로 적어도 5월 한 달만이라도 내 가족과 부모의 소중함을 되새기자는 의미로 이어져 있다. 그 5월이 지면서 파란 6월을 기다린다.

끼니 때우기가 힘들었던 옛적, 우리 풍습에 ‘고려장’이라는 것이 있었다.

고려장은 한 끼가 힘들었던 어려운 시절 나이 드신 부모님을 깊은 산중에 버리는 최악의 선택으로 구겨지고 잘못된 우리들의 옛날 자화상이다.

늙은 어머니를 봉양하기가 힘겨워 노모를 지게에 지고 깊은 산 속으로 가던 아들은 등 뒤에서 자꾸 나뭇가지를 부러뜨리는 소리가 나서 노모에게 물었다.

“어머니 무엇 때문에 나뭇가지를 자꾸 꺾습니까?” 하고, 그러자 노모는 “네가 돌아갈 때 행여 길을 잃을까봐 표시해 두는 거란다”라고 말한다.

당신을 산속에 버리려고 가는 자식을 원망하지 않고 오히려 자식이 돌아가는 길을 염려한 것이다. 이러한 얘기가 부모가 자식에게 베푸는 큰 사랑의 가르침으로만 볼 수 있을까?

이렇듯 애틋한 부모님의 사랑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는다. 다만 자식들 대부분이 이런 부모님의 사랑을 당연하듯 고마움없이 넙죽 받고만 있을 뿐이다. 이 아름답고 큰 사랑을 우리가 쉽게 호흡하고 있는 공기처럼.

5월은 어버이날이 있는 가정의 달이다. 세대가 조금 바뀌었을 뿐이지 옛날이나 지금이나 부모님의 사랑은 별반 다를 게 없다. 무사유에 무조건적 사랑일 뿐이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숨기고 싶은 단연 1위가 있다. 창피하게도 그게 자살률이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노인생활실태 및 복지욕구를 파악한 ‘2011 노인 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노인 11.2%가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한다.

이유는 건강이나 경제적 어려움, 가족·친구와의 갈등 및 단절, 또 외로움이다. 물론 통계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 노인네가 지금의 세상에서 가장 살기 힘든 이유가 자식으로부터, 나아가 이 험한 사회로부터 등을 지고 있다는 것일 것이다.

지게 등에 업혀 버려지던 옛날 어머니나, 각박한 사회로부터 등을 지고 사는 지금 우리의 어머니들이나 당신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가슴이 저려온다.

나도 늙으면 부모가 된다. 행여 철이 들어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할 때 쯤이면 부모님은 없다. 어쩌면 그게 삶이다.

언젠가 나를 가슴 짠하게 했던 글귀가 생각난다. '내가 아프면 나 보다 더 아파하는 사람, 내가 슬프면 나 보다 더 슬퍼하는 사람, 내가 기쁘면 나 보다 더 기뻐해 주는 사람.' 그 이름이 어버이다. 파란 6월을 기다리는 문턱에서 늙은 여자 가수의 쉰 목소리처럼 귓가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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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3-05-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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