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을 앞두고 자신이 원했던 삶을 찾기 위해 부산의 도서관에서 3년간의 치열한 독서로 기적을 만난 사람이 있다. 그는 대구출신으로 성균관대를 졸업한 엘리트이다. 삼성전자에서 11년 동안 휴대폰 연구원으로 일하며 스마트 폰 개발의 주역이었던 인물이 ‘책광인생(冊狂人生)’으로 바뀌어 버렸다. 그가 김병완 작가이다.
김병완 작가는 지난 2011년 12월 《48분 기적의 독서법》(미다스북스)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책을 집필하기 시작해서, 올해 7월에는 《나는 도서관에서 기적을 만났다》(문학동네 아템포), 9월에는《오직 읽기만하는 바보》(브레인스토어) 등 지금까지 40권에 가까운 책을 1년 반 정도 만에 썼다.
<부산경제신문>은 독서의 계절 가을에 3년, 즉 천 일 동안 도서관에서 만 권 이상의 책을 읽으며 기적을 만난 ‘책광인생(冊狂人生)’ 김병완 작가를 부산 북구의 한 도서관에서 만났다. 편집자 주)
학자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Q 길가의 낙엽을 보고 회사를 나오는 결심을 하셨는데요, 어떤 의미입니까?
- 저는 학자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그래서 대학교 캠퍼스에서 평생 공부하고 싶었죠. 가정 형편 때문에 4학년 때 삼성전자에 입사했죠. 일을 하면서도 공부하는 학자가 되고 싶은 꿈은 계속 갖고 있었어요. 11년을 참아왔는데 그 날 낙엽을 보고 터졌던 거죠. ‘새로운 인생에 대한 갈망’, ‘도전’이었죠. 부자가 되고 성공하고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걸 하자고 결심했죠. 그 하고 싶은 것이 공부였던 거죠.
Q 역할 모델이 있습니까?
- 앨빈 토플러와 피터 드러커죠. 피터 드러커나 앨빈 토플러가 계속 세계적인 위대한 사람들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성공하고 나서도 평생 공부하고 노력했기 때문이죠. 주세떼 베르디는 80세에도 열정적인 오페라를 작곡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했죠. 앨빈 토플러는 뉴욕대 영문학과 학사 출신이었는데 부두노동자로 5년을 살면서 책을 보며 평생 공부했던 사람이죠.
피터 드러커는 3년 마다 주제를 바꿔가면서 평생 공부를 했죠.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출간되는 것에 상관없이 공부한 결과를 책으로 쓰고요. 그렇다고 그들과 똑같은 길을 가고 싶은 건 아니에요. 롤 모델을 정하게 되면 거기에 갇히게 되니까요. 공자의 ‘군자불기(君子不器)’라는 말이 있어요. ‘군자는 하나의 그릇에 갇히는 게 아니다’는 뜻이죠. 그것을 벗어나라는 것, 다양한 것을 하라는 의미죠.
저는 올해 초부터 TV조선과 서울 동대문구 명사특강, KBS 부산 아침마당, EBS라디오, 부산대 강연 등으로 약간 유명해졌는데 지금이 위험한 시기라고 생각해요. 강의를 100% 계속 한다는 것은 배운 것을 써먹는 것이지 새로 배우는 건 아니잖아요. 한 달 내내 강의를 한다는 것은 성장은 멈추는 거죠. 강의 경험이라는 측면에서는 다르겠지만요. 책을 읽고 순수하게 배우는 시간은 버리는 거죠.
Q 책을 읽으면 어떤 변화가 있나요?
- 책을 읽으면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어요. 회사를 다닐 때는 전속력으로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활주로를 달리는 비행기였어요. 자기가 하늘을 날 수 있는 비행기라는 걸 몰랐죠. 그런데 3년 동안 책을 읽다보니까 제가 날개가 있는 비행기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세상을 보는 통찰력이 생겼어요.
그 통찰력이 비행기의 연료가 되었고 그것을 통해서 하늘을 날 수 있게 된 거죠. 독서는 자신의 원래 모습을 발견하게 해줘요. 원래 모든 사람의 인생은 최고의 인생을 살 수 있어요. 자신이 KTX라서 시속 300km이상으로 달릴 수 있는데 지금은 시속 50km 밖에 달리고 있지 않아요. 그것은 책을 안 봐서 그래요.
베스트셀러 저자들도 놀라게 한 독서법의 혁명 - ‘초의식 독서법’
‘초의식독서법’은 다산 정약용의 ‘초서(?書)독서법’과 김병완 작가가 만든 ‘의식독서법’을 합쳐서 만든 혁명적인 독서법이다. 김병완 작가는 서울 강남에서 ‘김병완의 초의식 독서법’이라는 강연을 했는데, 거기에 베스트셀러 작가들도 참석해서 이 독서법을 알고 놀랐다고 한다.
Q 다산 정약용의 독서법이 궁금합니다.
- 다산의 ‘초서(?書)독서법’은 한마디로 ‘눈으로 읽지 말고 손으로 읽어라’는 말이에요. ‘초(?)자’는 ‘베껴쓰다’, ‘노략질하다’라는 의미입니다. 책을 읽다가 중요한 문장이 나오면 베껴쓰면서 책을 읽는 방법인데, 많은 사람들이 초서독서법을 오해를 해요. 그냥 중요한 문장이 나오면 베껴쓰는 것이 초서독서법의 전부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다산 정약용 선생님은 초서법을 자녀들에게 유배지에서 편지로 가르쳤는데, 자녀들이 초서법을 등한시 여겨서 그렇게 하지 말라고 나무라셨죠. 초서방법으로 책을 읽으면 백 권의 책을 열흘 만에 읽고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거죠. 하루에 열 권의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거에요. 그런데 제가 하루에 열 권, 스무 권을 읽는데 초서법이 딱 맞는 거에요.
다산 선생님이 말씀한 초서법은 세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첫째는 ‘입지(立志)’, 즉 자신의 생각과 주관을 정리하고 요약하는 ‘독서 전 단계’인데요,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 한 번 훑어보는 단계죠. 둘째는 독서를 하면서 중요한 문장이나 핵심 문장, 핵심 내용들을 손으로 쭉 베껴서 적는 거에요. ‘독서 중 단계’로 독서하는 과정이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독서 후 단계’는 책을 보지 말고 자기가 쓴 독서노트를 보고 핵심내용, 저자의 주장, 자신의 주장, 자신이 저자라고 생각하며 저울질을 하면서 요약하는 부분이에요.
Q 손으로 직접 쓰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 손으로 쓰는 것의 비밀이 몇 가지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속도를 내어 책을 읽어요. 빨리 읽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고 자기 걸로 소화시키면 독서가 끝나는 거에요. 그런데 그렇게 백 권, 천 권 읽어도 남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오히려 ‘자승자박(自繩自縛)’, 즉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는 거죠.
그렇게 읽고 이해를 했지만 그게 전혀 자기 게 되지 않아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요.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책을 백 번 읽고, 천 번 읽고, 만 번을 읽어 완전히 자기 걸로 만들었어요. 초서독서법은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초서법으로 서너 번 읽으면 수십 번 읽은 효과가 나오게 되는 거죠.
그리고 손으로 쓰게 되면 전뇌를 깨우는 거에요. 손으로 안 쓰면 책을 읽고 이해하더라도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이 자기 수준을 못 넘어요. 그런데 연필로 쓰게 되면 자기 수준 이상의 생각을 해요. 그게 손으로 쓰는 것의 비밀이죠. 중국을 건국한 모택동은 어릴 때 농사를 지었어요. 그러면서도 나중에 중국 건국의 아버지가 되고 1인 리더가 된 이유는 모택동의 남다른 독서법 때문인데요. 그것은 한 마디로 말하면 모택동이 직접 말한 ‘붓을 들지 않는 독서는 독서가 아니다.’라가 핵심이죠. 다산과 모택동은 초서법의 비밀을 알고 직접 체험한 사람들이죠.
Q 의식독서법은 무엇인가요?
- 제가 만든 ‘의식독서법’은 조선 선비들이 능했던 독서법인데 현재는 전해지지 않죠. 지금 의식독서법을 하고 있는 미국과 영국, 독일에서 그 첫 번째 단계를 모두 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의식을 집중하게 되면 어떤 효과가 있는지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설명해 놓았어요. 후두부에 의식을 집중하는 데가 있는데, 의식을 집중하게 되면 편한 각성상태가 되고 눈이 밝아지고 시선이 확장되면서 텍스트(글자)가 빨려드는 거에요. 우리가 풍경을 보듯이 말이죠.
그래서 ‘포토 리딩’이죠. 풍경을 보듯이 한 번에 보는 거에요. 그리닝 학습법에도 의식집중의 효과가 나와요. 율곡 이이가 한자로 이루어진 책을 한 번에 대각선으로 훑어봤어요. 그게 모두 의식독서법이에요. 몰입과 다르게 의식독서법은 자기가 항상 의도적으로 들어가는 거에요. 조선 규장각 선비들은 왕이 들어와도 책에서 눈을 안 땠어요. 그래서 ‘객래불기(客來不起)’라는 현판도 있었죠. 독서수준이 그만큼 높았어요. 심하면 의식독서를 하는 사람은 옆에서 불이 나도 화상을 입는 것도 모를 정도로 책을 읽어요.
그런데 의식을 집중하지 않고 읽으면 한 시간에 한 권도 읽기 힘들어요. 읽었다고 해도 배우는 게 없어요. 그런데 의식을 집중해서 읽으면 한 시간만 봐도 엄청나게 많이 봐요. 의식독서는 탈진할 정도로 혼신을 다해서 읽는 거에요. 서양에서 ‘마인드 파워’라고 하는 원리가 다 들어가 있어요. 미국의 애플, AT&T, IBM 등에서는 폴 실링이 독서교육을 가르치는데 그는 포토 리딩의 고수에요. 포토 리딩의 첫 번째 단계가 의식을 집중하는 거에요. 미국에서는 ‘귤 독서기법’이라고 상상으로 귤을 후두부에 올려놓는 연습을 해요. 이렇게하면 초보자들이 의식을 집중하게 되죠.
그리고 ‘그리닝 학습법’은 영국, 독일 등의 유럽에서는 후두부쪽에 상상의 골프공을 얹어서 집중하게 하는 거죠. 그런데 우리 동양에서는 ‘정신일도 하사불성’이라고 정신을 집중하는 것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었고 그런 DNA가 있어요. 그래서 율곡 이이와 같은 조선 선비들의 기록을 찾아보면, 책을 읽기 전에 반드시 의식을 집중하고 정신을 집중해서 책을 읽어야 된다고 했어요.
또 로마 황제의 스승이었던 암보로우시스같은 독서의 최고 고수들은 책이 뚫어질 정도로 책을 읽었어요.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정도로 굉장히 힘이 들어가죠. 우리나라의 양주동 박사는 ‘안광이 책을 지배하게 하라’, 즉 뚫게 하라고 했는데 저도 책을 잡게 되면 자동적으로 눈에 힘이 들어가요. 마음을 먹고 제목을 쓰면 눈에 힘이 들어가는 거에요. 찌릿찌릿하면서 온 세포가 집중하는 거죠. 그러면 거의 한 번에 책을 다 보는 거에요.
제가 생각해보니까 초등학교에서 한 글자 한 글자 배웠던 것이, 한 번에 책을 다 못 보는 이유인 것 같아요. 한 번에 책을 다 볼 수 있으면서도 무의식중에 초등학교에서 배웠던 방법으로 돌아가는 거죠. 그래서 책만 보면 잠이 오고 힘든 거에요. 의식적으로 후행한다는 거죠. 그래서 이번에 출간 될 ‘초의식독서법’ 책에 사명감이 느껴져요.
독서력이 국력이다.
Q 요즘 강연을 다니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 강의를 하면서 우리나라는 ‘독서빈국’이고 미국과 일본은 ‘독서강국’이라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격차가 나죠. 우리나라는 성인들이 1년에 책을 평균 10권도 안 읽어요. 일본은 평균 62권을 읽고, 미국은 66권을 읽죠. 그러니까 미국이 우리보다 약 7배를 더 읽어요. 일본은 6배 정도를 읽고요. 그게 국력차이죠. 일제강점기 전에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조선이 독서강국 이었는데 일제 35년 동안 우리나라와 일본의 독서력이 역전됐어요. 조선에는 독서법이 과목마다 있었는데, 일제가 강점이후 제일 먼저 한 것이 ‘분서(焚書)’, 즉 선비들의 집에 있는 책들을 다 불태운 거죠. 그래서 독서법이 살아남지 못한 거에요. 그렇게 35년이 지나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책을 못 읽어요.
그래서 독서법 강의를 가면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한 바퀴를 돌고 오면 즐겁고 재미있지만, 자전거를 탈 수 없는 사람에게 자전거를 타라고 하면 자전거를 끌고 한 바퀴 돌고 온다는 이야기를 해요. 헉헉대면서 자전거를 타고 오는 것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이 독서하고 있어요. 그래서 1년에 10권도 100권도 못 읽는 거죠.”
두 시간 동안 김병완 작가와 책과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병완 작가는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선조들의 독서법을 알리기 위한 의지가 엿보였다. 그래서 독서력이 높아져서 일본과 미국보다 강대국이 되길 바라는 마음도 읽을 수 있었다. 특히 도서관이 오늘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열심히 일하고 성실하게 살아서 인생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많은 책을 읽고 사고와 의식 수준이 변화해서 인생이 변한다는 그의 책에 있는 한 구절이 인상적이다.
김병완 작가는 대기업에서 11년간의 회사생활이 아니라 부산의 도서관에서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책을 읽어서 인생이 바뀌었다. 그에게 부산은 행운의 도시였다. 김병완 작가처럼 부산과 인근에 사는 많은 독자들이 도서관에서 기적을 만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