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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uid Form ∥유동체(流動體) 아랍현대미술전 2층 전시실 (6월4일~7월3일)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의 마력을 떨칠 수 없는 끝없이 펼쳐진 모래 사막과 오아시스, 낙타, 터번, 히잡, 코란, 아폴론을 담은 작열하는 태양.....어릴적 밤 새워 읽고 또 읽었던 ‘아라비안나이트’의 꿈과 추억이 교차하는 신비와 감동, 그 모든 것을 축복하는 희망과 환희의 메시지가 전해지는 머나 먼 동경의 땅 아랍!
지금 그 곳의 현대미술을 부산시립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 지난 6월 4일부터 오는 7월 3일까지 개최되는 ‘Fluid Form∥유동체(流動體)’가 바로 그것이다.
아랍의 예술가들이 대면한 현실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고로 아랍문화를 정의하거나 추정하기란 쉽지 않다. 이들이 직면한 서구와의 역사적 관계형성에 기인한 편견적 시각에 따른 문제는 아직 미완의 숙제로 남겨져 있다. 아랍문화권 내의 지각변동에서 야기되는 인식의 문제 또한 다양한 컬러로 혼재돼 ‘하나’에 이르는 길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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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비아랍권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현시대의 아랍 예술가들은 디지털혁명으로 인해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서로 정보를 교환한다. 이들의 작품 세계는 미묘하면서도 심오한 것으로 아랍 문화에 대한 폭넓은 통찰력을 제공해 준다.
아랍 예술은 자체가 가진 모호성, 그리고 감성적 측면으로 인해 정치적인 이면을 가질 뿐만아니라 개념적인 표현력으로 막대한 잠재성을 가진다. 예술은 신화적 요소, 삶, 그리고 패배와 손실감, 혁명, 제약, 소유와 비소유 같은 사적 경험들을 포괄한다.
유동체∥는 아랍문화에 대한 정형화를 시도하기 보다는 아랍 예술가들의 작품속에 내재돼 있는 인간의 지적, 사회적 관계에 대한 문화적 통찰력에 주목한다. 전반적으로 이번 전시에서 경험하게 될 대비적 요소들은 현대 아랍문화의 정체성, 인간성에 대한 인식 그리고 폭넓은 관심으로 승화되는 촉매 작용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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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레 베르트(LORE BERT)의 ‘플라톤의 다면체와 예술’
<2층 H 전시실 (4월 25일~7월 6일)>
무심히 전시실에 들어서는 순간 빛에 반사되는 세련된 백색 향연의 화려한 충격에 멈칫 숨을 멈춘다. 그 다음 비로소 다가오는 눈부신 입체감의 환희에 동공이 넓혀지고 감동적 물결 너머 유레카(!)의 탄성이 절로 쏟아진다.
육체의 자연과 정신의 언어가 정(正). 반(反). 합(合)을 이루며 사물이 운동하는 과정 속 언어의 정신을 넘어 선 영혼과 마주하게 되는 그 좁혀지지 않는 짧은 순간의 간극을 강렬하게 느끼게 되는 아주 특별한 <‘플라톤의 다면체와 예술’>의 감동이 발길을 사로잡는다.
로레 베르트는 1936년 독일 기쎈에서 태어났고 다름슈타트에서 자랐다. 1953년~57년까지 베를린 미술대학에서 조각가 한스 울만 교수에게서 회화, 조각 등 다양한 조형작업을 배웠다.
1982년부터 종이나 캔버스, 또는 나무판 위에 일본과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생산되는 종이를 이용한 콜라쥬, 부조, 사진, 조각 작업을 시도해 왔으며, 1984년부터는 종이로 방을 채우는 설치 작업을 병행했다. 아울러 1994년부터는 네온등을 이용해 문자나 숫자를 만들어 빛으로 공간을 채우는 작업에 몰두했다.
지난 2012년 경까지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아랍지역, 그리고 미국과 캐나다의 다양한 기관에서 120개의 공간이 그녀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지금까지 전세계 26개국에서 200회 이상의 개인전 및 단체전을 개최했으며, 38권의 개인 작품집을 포함한 96권의 도록에 작품이 수록됐다. 작가는 현재 독일 마인츠와 이태리 베니스에서 거주하며 작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로레 베르트의 작품들은 부드러운 종이를 잘게 자르거나 구겨서, 또는 화면위에 두텁게 뿌리거나 빼곡이 채우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이처럼 종이의 물성을 최대한 강조하는 작가의 작품은 ‘3차원적 회화’라고 부를 수 있다. 작가는 3차원적 회화 작품들에서 보이는 문자, 숫자, 원, 사각형 등의 기하학적인 형태를 통해 추상적이며 보이지 않는 어떤 것, 우주적 카테고리 등을 드러내고자 한다. 이번 전시는 독일 현대미술을 소개하기 위한 국제 교류전시로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작업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 로레 베르트의 ‘2013년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에 출품된 총 22점의 평면작품과 1점의 입체 작품을 선 보이고 있다.
아랍의 예술가들이 대면한 현실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고로 아랍문화를 정의하거나 추정하기란 쉽지 않다. 이들이 직면한 서구와의 역사적 관계형성에 기인한 편견적 시각에 따른 문제는 아직 미완의 숙제로 남겨져 있다. 아랍문화권 내의 지각변동에서 야기되는 인식의 문제 또한 다양한 컬러로 혼재돼 ‘하나’에 이르는 길은 멀다.
로레 베르트는 1936년 독일 기쎈에서 태어났고 다름슈타트에서 자랐다. 1953년~57년까지 베를린 미술대학에서 조각가 한스 울만 교수에게서 회화, 조각 등 다양한 조형작업을 배웠다.
1982년부터 종이나 캔버스, 또는 나무판 위에 일본과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생산되는 종이를 이용한 콜라쥬, 부조, 사진, 조각 작업을 시도해 왔으며, 1984년부터는 종이로 방을 채우는 설치 작업을 병행했다. 아울러 1994년부터는 네온등을 이용해 문자나 숫자를 만들어 빛으로 공간을 채우는 작업에 몰두했다.
지난 2012년 경까지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아랍지역, 그리고 미국과 캐나다의 다양한 기관에서 120개의 공간이 그녀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지금까지 전세계 26개국에서 200회 이상의 개인전 및 단체전을 개최했으며, 38권의 개인 작품집을 포함한 96권의 도록에 작품이 수록됐다. 작가는 현재 독일 마인츠와 이태리 베니스에서 거주하며 작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로레 베르트의 작품들은 부드러운 종이를 잘게 자르거나 구겨서, 또는 화면위에 두텁게 뿌리거나 빼곡이 채우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이처럼 종이의 물성을 최대한 강조하는 작가의 작품은 ‘3차원적 회화’라고 부를 수 있다. 작가는 3차원적 회화 작품들에서 보이는 문자, 숫자, 원, 사각형 등의 기하학적인 형태를 통해 추상적이며 보이지 않는 어떤 것, 우주적 카테고리 등을 드러내고자 한다.
로레 베르트의 작품들은 전시되는 공간에 따라 그 미학(美學)이 극명하게 달라짐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역사, 철학, 문학 등 다양한 인문학적 지식들 간의 연관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체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다. 그래서 그녀의 회화는 만물과 통하는 우주의 언어를 꿰뚫는 사념적 의미로 가득하다. 작가는 어떤 생각이 말로 표현되고 또 그 말이 이해되는 과정에서 각 개인이 갖는 환경, 지식, 역사와 배경에 따라 그 의미가 달리 해석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결국 언어는 그 모호함으로 인해 오히려 인식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이해의 단초를 마련 할 수도 있다는 관점이다. 로레 베르트는 이 전시의 주제로 선보이고 있는 ‘5개의 플라톤의 다면체’를 통해 작가의 우주적 세계관을 기탄없이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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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화를 만나다_ 한국근현대회화 100선
<전시기간 (4월 8일~7월 6일)>
20세기 초 역사의 격랑 속에서 한국적 색채와 정서로 자연과 삶의 여정을 화폭 가득 담아 따뜻하고 가슴 뭉클한 희노애락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전하는, 한국미술사의 큰 업적을 남긴 화가 57명의 수묵채색화 30점, 유화 70점 등 회화작품 총 100점을 엄선 <명화를 만나다_ 한국근현대회화 100선>전이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화단의 맥을 잇고 있는, 그 이름만으로도 감동이 전해져 오는 원로들의 발자취를 한 눈에 담을 수 있어 한국회화의 진수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아울러 도전적인 실험정신에서부터 최절정기의 완숙함에 이르기까지 화가들의 치열한 창작의지와 열정을 엿 볼 수 있는 축복의 긴 파장은 보는 이로 하여금 설렘을 동반하며 행복감에 젖게한다.
20세기 초 한국 화단의 작가들은 박완서의 소설 <나목>에서 화가 박수근의 일상적 삶을 스펙트럼처럼 말하듯 망국의 설움과 일제식민지, 서구근대체제의 도입을 비롯해 태평양전쟁, 제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등으로 이어진 분단의 상흔과 정치사회적 혼란 및 갈등, 복잡다단한 역사의 현장에서 미술에 대한 무지와 환쟁이라는 불명예스런 호칭, 고달픈 경제적 어려움 등등에도 불구하고 예술이라는 미명하에 불안정한 현실을 극복해 나가야만 했던 한국예술가들에게 안겨진 또다른 고뇌는 굴곡진 우리의 역사적 시련과 그 맥락을 같이한다.
앞서간 수 많은 한국의 예술가들은 이러한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미술활동을 펼쳐며 시대정신을 구현, 예술가로서의 자긍심을 지니고자 노력했다. 이번 전시작품들은 작가들의 꺼지지 않은 예술혼이 결실을 맺은 결과이자 한국근현대 시기의 여정을 함께 걸어온 동반자이기도 하다. 여기 작가, 소장가, 소장기관이 작품을 수집, 보관한 노력의 덕택으로 그러한 인고의 세월을 살아남은 작품들은 오늘날 우리에게 20세기의 정신과 삶을 명징하게 일깨워 주고 있다.
<제1부> 김인승, 오지호, 구본웅, 배운성 등의 작품 1920~1930년대 ‘근대적 표현의 구현’을 비롯해 <제2부> 이중섭, 박고석, 박수근, 김환기 등의 작품 1940~1950년대 ‘새로운 표현의 모색’ 및 <제3부> 이응노, 변관식, 김기창, 천경자 등의 수묵채색화 작품 ‘전통의 계승과 변화’, <제4부> 유영국, 장욱진, 최영림, 한묵 등의 작품 1960~1970년대 ‘추상미술의 전개’ 등을 통해 1920년대부터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근현대 회화의 반세기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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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전시 속 전시’에서는 인간의 내면적 욕망과 다양한 복합적인 감정들을 거침없이 표출했던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알리기에리 탄테의 신곡(神曲)’ 중 ‘베아트리체 연작 시리즈’를 연상 시키는 운보 김기창의 <예수의 생애> 연작 30점이 특별 전시되고 있어 화제를 더하고 있다.
<예수의 생애> 연작은 농아 화가로 청록 산수라는 독특한 화풍을 개척한 이 시대 최고의 화가 운보(雲甫) 김기창 화백이 한국전쟁으로 인해 가족과 함께 아내(여류동양 화가. 우향(雨鄕) 박내현)의 고향 군산에 피난해 있던 시절에 그려진 대표작 가운데 하나다. 예수의 일대기 중 주요 장면들로 구성된 이 연작은 운보와 친분이 두터운 선교사의 권유로 제작됐다. 예수의 고난이 우리 민족의 비극과 유사하다고 생각한 운보는 한국적 성화의 필요성을 느꼈고, 예수의 성체가 꿈에도 보이고 백주에도 보였다고 할 정도로 성화제작에 몰입해 1년 만에 30점의 작품을 완성했다.
운보의 붓끝에서 재현된 예수의 삶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갓을 쓰고 흰 두루마기를 입은 예수를 비롯해 초가와 기와집 등 우리 전통 가옥이 유연한 세필로 묘사돼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독자적인 기법이 돋보이는 <예수의 생애> 연작은 기독교의 토착화를 보여주는 성화로서도 의미가 크지만, 빠른 운필과 뛰어난 구성력 등 운보의 드높은 회화적 성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국 회화사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