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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적 케이블업체 티브로드 원청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개선해야 - 언제든 원청이 계약 해지할 수 있는 불공정한 계약관계
  • 기사등록 2014-09-03 1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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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전북 장수군 장수읍에서 케이블 설치기사가 전봇대 작업 도중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안타깝게도 이틀 후 사망하였다.

 

사망자는 두리정보통신이라는 티브로드 영업·설치 특판점 소속으로 비정규직이었다. 사고 당시 비가 내리고 있었고 안전모, 안전화 등 안전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작업을 하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고인이 비 오는 날 전봇대에 오르게 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경기도 남양주에서 살던 고인은 일감을 찾아 전북 장수군까지 내려오게 되었다. 두리정보통신이라는 티브로드 영업·설치 특판점과 설치 건당 수당을 지급받는 구두계약을 하고 선금을 받아 일을 시작하였다. 8월 초중순 연이어 비가 내린 탓에 일을 거의 하지 못했고 실적을 채우기 위해 비가 오는 날에도 전봇대에 올라 작업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문제다. 고인이 소속된 두리정보통신의 사장은 개인사업자 명의라서 원청인 티브로드는 하청업체에서 일어난 사고이기 때문에 어떠한 책임도 없다는 입장이다. 원청도 하청도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사고의 책임은 다시 노동자에게 돌아갔다.

 

현행법상에는 사업주로서의 의무 위반, 원청의 책임을 명시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29조 중 산업재해 예방을 하기 위한 조치를 소홀히 한 티브로드 이상윤 사장에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야 한다. 이렇게 관련법이 있지만 처벌은 매우 약하며 실제 처벌이 될 것인지조차 알 수 없다.

 

티브로드와 도급계약을 맺은 두리정보통신과 같은 특판점은 전국에 수백여 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6월 티브로드 협력사 비정규직 노동조합인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가 파업에 돌입하면서 원청인 티브로드가 대체인력으로 투입하기 위해 계약한 업체도 수십여 개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티브로드는 급하게 많은 사람을 모집하기 위해 1인당 하루 20만원이라는 비교적 높은 금액의 도급계약서를 체결하였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대부분 노동자 수가 5명 미만의 영세한 업체로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근로계약서도 없이 일을 시키는 경우가 다반사다.

 

도급계약서를 보면 업체의 계약기간은 2주에 불과하고 언제든 원청이 계약 해지할 수 있는 불공정한 계약관계다. 언제 폐업할지 모르는 하청업체의 노동자들의 고용은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기본급 없이 작업 건당 또는 일당 수수료를 받으며 일을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작업건수를 채우기 위해 악천후 시에도 늦은 시간까지 휴식 없이 일하게 되며 이것이 각종 사고의 원인이 된다.

 

매년 소속업체가 바뀌어 근속 없이 10년 넘게 일 해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광화문 티브로드 원청 앞에서 오늘로 58일째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길거리에서 밥 먹고 잠을 자야하는 고생을 해가며 원청에 요구하는 것은 단순하다. 그동안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사실상 결정해온 티브로드 원청이 실질사용주로서 책임있는 자세로 대화에 나서라는 것이다.

 

티브로드의 다단계 하도급 문제는 더 이상 하청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위험까지도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티브로드 원청이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개선하는 것만이 또 다른 죽음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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