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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 조정의 산증인’ 부경대 조희찬 감독 - “선수에게 자신감 주는 맏형 역할 했지요.”
  • 기사등록 2015-06-28 20: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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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 조희찬 감독

대학 조정부 감독 32년에 그는 ‘소머리 삶기의 달인’이 됐다고 한다. “전국체전 같은 큰 대회가 다가오면 선수들의 유일한 영양식인 소머리 4∼5개씩은 그가 직접 가마솥에 고아야했다. 어려운 예산 형편에 소머리가 가격대비 영양가는 최고였으니까.” 최근 부경대학교 조정부 감독을 퇴임한 조희찬 감독(59세) 이야기다.

 

그는 지난 1983년 부경대 전신 부산수산대 조정부 창단 감독으로 부임해 지난달 말까지 무려 32년 동안 선수들을 조련해왔다.

 

실제로 그에게 담금질을 받은 선수들은 그동안 전국체육대회에서만 30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내고, 각종 전국대회 100회 이상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승전보로 우리나라 조정의 역사를 새로 써왔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 2개와 은 5개를 획득, 국제대회 메달 획득이라는 한국 조정계의 숙원을 푼 주인공도 그의 애제자들이었다.

 

조 감독은 “그건 제가 잘해서 그런 것은 아니고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국립대학의 빠듯한 예산사정에서 주위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조정부 운영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경대 조정부 창단 주역인 지삼업 교수(해양스포츠학과)는 “출전을 앞둔 전날이면 숙소에 찾아와 선수들에게 통닭을 1마리씩 사주고, 우승하면 격려금까지 주면서 물심양면 애정을 쏟았다”고 전한다. 지 교수는 선수 체력을 위해 소머리 고는 일에도 동참했다. 그 소머리를 대준 사람은 유동운 교수(경제학부)였다. 장비와 훈련비 등을 지원해준 부산시도 큰 울타리였다. 이처럼 많은 후원자들의 마음이 금메달에 들어있다는 얘기다.

 

조정은 고강도의 힘과 집중력으로 노를 저어 2,000미터까지 가야하는 스피드 경기여서 선수들의 협동심이 무엇보다 중요한 경기다. 조 감독의 훈련 비결은 무얼까?

 

그는 “만일 선수 한 명이 꾀를 부리면서 힘을 빼면 그 부하가 다른 선수들에게 미쳐 1,500미터쯤에서 모두 지쳐버린다.”면서, “감독으로서 선수 한 사람 한 사람의 고민이 무엇인지 파악해서 그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주고, 선수가 자신의 힘을 100% 발휘할 수 있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역할에 중점을 두었다.”고 말한다.

 

이처럼 선수 개인의 건강은 물론 가정사까지 꼼꼼하게 챙겼던 ‘형 같고, 아버지 같은’ 조 감독의 지도를 받은 선수만 그동안 100여명. 국가대표 선수만 40여명이 탄생했다. 현재 조정 국가대표 감독인 윤용호 씨(86학번)를 비롯 오늘날 한국 조정을 이끄는 전국 지도자만 12명에 달한다.

 

조 감독은 최근 부산에서 남해로 이사를 했다. 조용하고 풍광 좋은 곳에서 투병 중인 아내를 돌보기 위해서다. 그는 “그동안 너무 일에만 매달려 가정을 잘 돌보지 못했다.”면서도, “조정인으로서 평생을 선수들과 함께하면서 우승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날 조정에 미쳤던 그의 눈이 불그스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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