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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탐방] 4차 산업혁명 준비된 기업 ‘파인에이치에프’ - 최첨단 설비·기술력으로 국내 유일 일괄공정 롤 제작
성기수 회장 제조업 위기 우려…“내실경영 기회 모색”
  • 기사등록 2017-08-02 17: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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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수 파인에이치에프 회장(오른쪽)이 롤 제작공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의 제조업은 미래가 없다? 우리나라는 1960~70년대 산업화 과정을 겪으면서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뤘는데 그 중심엔 제조업이 있었다. 조선, 철강, 석유, 자동차, 반도체 등 제조업은 국가경제를 이끄는 핵심 산업으로 대우를 받았다.

하지만 1998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으며 제조업은 쇠퇴기로 접어들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전세계가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로봇 등 신산업 경쟁을 벌이고 있는 지금, 제조업의 명운을 놓고 경제계가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때 국내 최고의 열처리 설비와 기술력으로 제조업의 한계를 극복, 제2의 도약을 꿈꾸는 중견기업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경남지역 향토기업인 파인에이치에프(FINE H.F.)는 46년간 열처리 사업으로 조선, 해양, 산업기계, 제철설비, 자동차부품의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해 왔다.

파인에이치에프는 새로운 전환점을 모색하기 위해 경남 창원공장에 일부 설비(자동차부품 생산라인)만 남겨두고 2014년 500억원을 들여 함안으로 본사와 생산 공장을 이전했다.

창업주인 성기수 회장은 “제조업 경기불황으로 새로운 희망을 찾기 위해 함안으로 회사를 옮겼다”며 “처음엔 출퇴근과 물류 배송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1년이 지나니까 공기도 좋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파인에이치에프는 1971년 7월 물류회사인 중앙기업(주)으로 시작해 2001년 9월 현재의 사명으로 법인을 독립했다. 1990년대 제조업으로 업종을 변경 후 고주파 열처리기와 대형선반 설비 도입, 포스코(광양) 열연 백업롤 개발, 세아제강 냉연 백업롤 개발 등 지속적인 개발과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다양한 기계설비와 탄탄한 기술진을 바탕으로 제철공장 또는 압연공장에서 사용하는 내연롤 설계부터 자체적인 가공과 열처리 작업의 일괄공정을 통해 제품을 생산 중이다.

또한 싱글PPM 품질인증 갱신, ISO 9001:2009 품질시스템 인증 갱신 등 고객만족도를 위한 품질안전성도 제고해 나가고 있다. 주요 고객사로는 포스코, 세아제강, 두산, 효성,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제철, 경인기어 GS기어 등이 있다.

성기수 회장은 1971년 창업 후 열처리 사업으로 자동차부품과 제철설비 등의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성 회장은 40년 넘게 기업을 경영하면서 겪었던 고충도 가감없이 털어놨다. 그는 “제조업으로 전환 후 처음에는 7% 이상 이윤이 났는데 가령 1년 매출이 500억원이면 순이익으로 40~50억원을 벌었다”며 “하지만 자동차회사가 4개에서 2개로 줄면서 자동차부품 업체들이 먹고 살기 힘들어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파인에이치에프는 당초 기아자동차의 1차 밴더사였으나 IMF 외환위기로 기아차가 현대차에 인수되면서 현대차의 2차 밴더사가 됐다.

성 회장은 “현대차는 친인척들이 득세하고 내부자 거래가 많아 부품회사들이 많이 힘들어 한다”며 “우리 회사도 현대와 거래할 때는 2차 밴더지만 자회사에 일감을 줄 때는 3차 밴더가 되기 때문에 내부 생산량이 줄어 결국 새로운 아이템을 찾게 됐고 함안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선이나 자동차의 경우 등치는 크지만 벌어들이는 돈(이윤)은 적다”며 “제조업 경기가 상당히 어려운데 현대차는 길면 10년, 짧게 보면 5~6년이면 끝날 것”이라고 예단했다.

국내 자동차산업이 최근 전기차와 수소차를 만들며 세계화 추세를 따라가고 있긴 하지만 국제 무역관계와 각종 규제, 노사문제(임금문제) 등 장벽이 많아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을 거란 지적이다.

반면 포스코에 대해서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성 회장은 포스코가 세계적인 기업이 된 배경으로 지속적인 연구개발(R&D)과 인재양성을 꼽았다.

그는 “포스코는 첨단 제철설비와 우수한 기술진을 보유하고 있어 자체 제품생산 및 검증이 가능한 기업”이라며 “지속적으로 기계 설비를 업그레이드 해 생산량을 늘리고 품질을 고도화해 나가면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함안공장 롤 생산라인.
함안공장 롤 생산라인.

파인에이치에프도 포스코에 열연, 냉연롤 등의 생산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롤 제작은 기술집약산업으로 단도설비, 가공설비, 열처리설비, 연마설비 등 최첨단 기술이 있어야 만들 수 있다.

롤 생산은 처음에는 두산중공업 밖에 없었으나 파인에이치에프는 첨단 설비와 인력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로 국내 유일의 전 일괄공정 설비를 갖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성 회장은 “포스코가 전부 공개입찰로 하면서 두산을 비롯해 일본, 미국, 영국, 독일 등과 입찰 경쟁이 치열하다”며 “다만 중국의 경우 기술력이 70%로 미진하지만 생산단가가 일본이나 미국 등에 비해 30% 가량 싸서 상당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제조업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상황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특히 국내 제조업의 위기 중심엔 ‘임금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단일생산량과 업무숙련도를 기준으로 인건비를 적용해야 하는데 단순 수치만 놓고 외국과 비교해서는 안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성 회장에 따르면 단일생산량을 기준으로 한국과 일본을 비교했을 때 한국의 경우 1시간에 자동차 10대를 생산하면 일본의 경우 업무숙련도가 높아 13~14대를 생산한다. 미국의 경우 인건비가 한국보다 높은데 이는 단일생산량이 그 만큼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2018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대비 16.4% 올린 7530원으로 결정한데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중견기업은 2~3년 가량 버틸 수 있지만 영세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은 1년도 못 버티고 도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성 회장은 “최저임금도 계층별, 업종별로 차등화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가령 경비원 나이가 평균 70세 이상인데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200만원으로 부담이 커 사람 대신 무인화 기계를 설치하게 되고 결국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래 세대를 위해 함안으로 회사를 옮겼다는 성 회장. 그는 “함안으로 온지 3년 8개월 됐는데 그간 고생을 많이 했다”며 “올해부터 정상 궤도에 오른 만큼 욕심 부리지 않고 내실경영을 하면서 기회를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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