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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춘추시대의 중국에는 「오패국(五覇國)」이라고 일컫는 진(晉)∼제(齊)∼송(宋)∼진(秦)∼초(楚)의 5대 강국을 비롯하여 오(吳)∼ 월(越)∼노(魯)∼당(唐)∼채(菜)∼정(鄭)∼조(曺)∼조(趙)∼위(衛)∼진(陣)∼한(韓)∼위(魏) 등 17개의 대소 국가들이 난립해 있었다. 


원래는 주(周)나라의 제후국이었지만 종주국인 주나라가 쇠퇴해지며 제후국들은 각자 종주국의 예속에서 벗어나 자립의 깃발을 들고 일어섰던 것이다. 17개의 국가가 난립하다보니 그들 사이에 세력 확대를 위한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따라서 군소 국가들은 자존자립을 위해 강대국을 주축으로 집단동맹체를 형성하게 되었는데, 「오패국」이란 다섯 개의 동맹체의 맹주국을 의미한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그러하듯이 국가와 국가간의 동맹관계란 반드시 절대불변한 것이 아니라 오늘의 동맹국이 내일에는 적국이 될 수도 있고 어제의 적국이 오늘에는 동맹국이 될 수도 있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국가간의 동맹관계란 오로지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은 고대국가에서 뿐만 아니라 현대국가에서도 다를 바가 없다. 춘추시대에는 중국이란 하나의 땅 덩어리 안에서 17개의 나라가 북적거리고 있었으며, 동맹관계의 이합집산(離合集散)은 계속 반복되었고, 거기에 따라 국가와 국가간의 분쟁은 하루도 편안할 날이 없었다. 


전쟁의 성격을 크게 분류해 보면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❶ 자국의 존립을 위해 본의가 아니면서 부득이 싸워야 하는 방어 전쟁 ❷ 자국을 부강하게 만들려고 남의 나라를 무력으로 침략하는 전쟁이다. 약소국들의 전쟁은 거의 전부가 ❶에 속하고, 강대국들의 전쟁은 대개 ❷에 속하는데, 중국의 티벳트 침략 합병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이 북한의 침략에 대비해야 하는 것은 ❶의 대표적인 사례다. 전쟁이란 어떤 목적을 달성시키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전쟁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여러 나라가 서로 간에 난마(亂麻)처럼 얽혀서 돌아가다 보면 자국의 이해관계 때문에 본의 아니게 남의 전쟁에 개입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아무튼 전쟁이란 많은 인명과 재물을 손실하게 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따라서 민생은 도탄에 빠져 버리게 된다. 백성들을 잘 살게 하기 위해 치루는 전쟁이 결과적으로는 평화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백성들을 빈곤과 고통의 늪으로 몰아넣게 된다. 


그것은 전쟁 자체가 안고 있는 커다란 모순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모순을 지적한 사람은 바로 공자다. 공자의 사상은 철두철미한 평화주의자다. 그는 전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정치란 본디 세상을 바르게 다스려나가란 뜻이다. 그러므로 정치만 잘 해 나간다면 전쟁이 일어날 리 만무하다. 왜냐하면 각국 군주들이 덕치(德治)만 베풀어 나가면 싸움을 하지 않고도 제 각기 얼마든지 잘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쟁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은 군주가 올바른 정치를 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고, 남의 나라를 강압적으로 빼앗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전쟁은 순전히 패자(覇者)의 사욕에서 나온 악랄한 폭행일 뿐이다.」 헤엄을 잘 치는 자는 물에 빠져 죽게 되고, 나무에 잘 오르는 자는 나무에서 떨어져 죽게 되듯이 전쟁을 좋아하는 자는 전쟁으로 나라를 패망하게 만든다. 폭력은 폭력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자연의 섭리인 까닭에 모든 일을 전쟁으로 해결하려면 전쟁은 끓없이 반복될 것이다. 그러므로 올바른 군주는 덕치(德治)와 법치(法治)로써 백성들을 편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도록 다스려 나가야 하는 것이다. 


공자가 말하는 법질서란 법률만 말한 것은 아니라 삼강오륜(三綱五倫)이나 인의예지(仁義禮智)도 넓은 의미로 법질서에 속한다. 공자가 법을 숭상하는 기본 목적은 처벌에 있는 것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선도에 있었던 것이다. 공자의 말이 아니라도 군주는 백성들을 잘 살아가게 하기 위해 필요한 존재이며, 백성 위에 군림해서는 안된다. 현대의 민주주의 국가라면 통치자는 반헌법과 법률 그리고 상식에 의하여 국민을 다스려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고 권력으로 통치한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거기에 대한 책임이 따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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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11-12 09: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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