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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문예...한국 수필의 길을 열다 - 수필전문지 계간으로 창간 여섯 돌 맞아 -
  • 기사등록 2010-11-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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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6월에 문화관광부 수필 전문 계간지로 등록된 계간 <에세이문예>가 창간 6주년을 맞는다. 이는 분명 우리나라 수필문예사에 기록할만한 일이다.

본격수필 전문 문예지를 표방하면서 6년 동안을 척박한 문학 풍토에서 중단 없이 발간해왔다는 사실은 좀 과장되게 말하면 기적 같은 일이다.

어떤 문화인이 문화적 토양이 부족한 우리나라 실정에서 문예지를 낸다는 것 자체가 혁명을 하는 일과 같다고 하는 것을 보면, 문예지를 발간하여 3년을 넘기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그동안 수많은 문예지들이 창간됐고, 또 사라졌다. 우리지역 최초로 계간 수필전문지 성격을 띠고 출발한 <수필시대>도 창간한 지 몇 년 지나지 않아 폐간되었고, 에세이문예지가 나오기까지 부산에는 수필 전문지가 한 권도 없었다. 지령 25호의 무게가 그래서 무겁다.

그러나 일개 전문지가 6년이나 견뎌내고 꾸준히 생명을 이어왔다는 사실만으로 경하할 일은 아니다. 우리가 에세이문예 6주년을 축하하고 그 문학사적 의미를 묻는다면 그것은 그만큼 창간 당시의 척박한 환경에서부터 오늘의 인문학의 위기, 문자 활자매체의 위기 시대에 이르기까지 <에세이문예>가 한국문단에 기여, 특히 수필계에 미친 영향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로 <에세이문예>는 여타 다른 수필문예지와는 슬로건부터 달랐다. 대한민국 1등 수필지의 위상을 목표로 본격수필만을 싣겠다는 발행인의 의지가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당시 상황에서 요청되던 창작과 비평 간의 균형을 잘 잡아가면서, <에세이문예>는 고급수필을 원했던 이 땅의 수필인에게 단비 같은 존재로 작용했다. 신인들에게 에세이문예로의 등단은 신춘문예 등단과 같은 영광을 안겨주었다. 그래서 갈수록 에세이문예로 등단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잘 아다시피 발행을 맡고 있는 권대근 교수를 빼놓고는 <에세이문예>를 생각할 수 없다. 한국수필을 이끌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권대근 교수는 본격수필만이 경시되고 폄하되고 있는 수필의 위상을 단번에 끌어올릴 수 있다고 믿고 비교적 젊은 나이에 젊은 제자들과 의기투합하여 <에세이문예>를 창간했다.

상대적으로 그는 어린 나이에 수필문단에 등단하고, 공식적으로 젊은 수필비평가로 등극하면서 한국 수필계에서는 스타로 떠오른 상태였다. 창작과 비평 거기에 더하여 수필번역까지 여러 영역을 통틀어 수필의 간지러운 곳, 구석구석에 손을 댔던 것이다. 창작을 둘러싼 수필 전반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던 권대근 교수는 창작과 비평 그리고 이론 보급뿐 만아니라 수필 문예 전체를 아우르는 공동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당시 상황에서 절실하다는 혜안을 가졌던 것 같다. 영문과를 나와 대학원 국문과에서 수필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수필에 대한 애정이 큰가를 알 수 있다.

미래 문학의 주역으로 수필이 각광을 받으면서 <에세이문예>는 수필가들에게 사랑방 같은 역할을 했다. 문예지 창간과 함께 그는 편집실과 사랑방도 마련하여 수필가들의 재교육 및 토론장으로 활용했다. 수필인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가 없었던 시기에 에세이문예 편집실을 통해 수필을 사랑하는 분들이 한 자리에서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에세이문예 발간의 의의는 무엇보다도 여기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당시의 수필지의 상황을 볼 때 <에세이문예>의 균형잡힌 시각은 매우 놀랍다. 참신한 편집과 젊은 필진의 대거 기용, 수필비평의 활성화, 수필학 지상워크숍 등은 수필창작 이론에 목마른 수필가들에게 단비 같은 존재로 작용했다.

잡지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본격수필이론의 보급, 창작과 비평의 균형, 젊은 수필가의 발굴, 세 화두가 포착된다. 수필을 본격화시켜야 한다는 열망과 동시에 젊은 비평가가 그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드러나는 것이다. 당시로선 생소한 타자였던 젊은 수필가와 비평가의 발굴은 수필계를 바로 세우고 수필문단을 주도하겠다는 그의 당찬 면모를 보여준다고 하겠다.

많은 참신한 신인, 평론가들이 에세이문예를 통해 문단에 알려졌고, 명성을 얻었다. 특히 수필비평의 부재 속에 젊고 능력있는 수필 전문비평가를 15명 이상이나 배출한 것은 역사적인 일이다. 그리고 참신한 작가 특집을 매호마다 마련해 역량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집중 조명했다. 원로 대담을 통해 문화예술계 원로들의 인생과 문학에 대한 고견을 청취했다.

본격수필 전문지라는 성격 때문인지 필진은 참신한 신예 수필가들과 당대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작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본격수필이론의 창작과 실재를 보여주는 수필학 지상워크숍은 좋은 수필을 쓰려는 수필가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다른 수필 전문지와 확실히 차별화되는 기획이었다. 권대근 교수의 ‘본격수필창작이론’, 송명화 주간의 ‘본격수필 이론과 창작의 실제’는 본격수필지의 위상을 단번에 끌어올린 획기적인 기획이었다.

또 하나 <에세이문예>의 공헌을 이야기할 때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이 <에세이문예>가 한국본격수필의 시원이라는 것이다. 지나간 에세이문예지를 읽는 일이 곧 한국 본격수필을 읽는 일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본격수필의 무늬와 젊은 작가들의 성장 기록을 그대로 보여주는 에세이문예는 본격수필사의 산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에세이문예>는 미래 한국본격수필사 연구를 위한 소중한 자료다. 한 회 백여 명이 넘는 신인상 투고자, 그 많은 응모자 중에서 실력 있는 작가들만 뽑아 문단에 진입시키는 엄격한 등단심사, 그밖에도 수필은 고급예술이라는 인식을 심은 점도 결코 잊을 수 없다. 수필이 문학을 넘어 예술 차원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편집인 권대근 교수의 생각이었다. 이로써 <에세이문예>는 대한민국 1등 수필 전문지로서 위상을 세워가면서 본격수필지로서, 한국 수필의 미래로 가는 길을 열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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