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누리디지털문화원 김형식 원장
㈜은누리디지털문화원 김형식 원장 인공지능(AI)은 이제 기술을 넘어 ‘삶의 방식’을 바꾸고 있다. 의료, 금융, 제조, 운송 등 산업 구조는 물론이고, 일과 여가, 창작과 표현의 경계까지 허물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자동화에 머무르지 않는다. ‘나는 누구인가,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새로운 답을 요구한다.
그 중심에는 ‘N-Job 시대’가 있다. 하나의 직업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시대. 디자이너이자 유튜버, 교사이자 작가, 마케터이자 작곡가.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직무를 수행하며, 온라인 기반 플랫폼을 통해 디지털노마드로 살아가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기술의 발전은 누구든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고, 음악을 만들 수 있는 도구를 제공했고, AI는 그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고 있다.
MZ세대는 이 변화를 가장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세대다. 그들은 더 이상 안정된 ‘직장’보다는 의미 있는 ‘직무’를 찾는다. 고용보다 창작, 조직보다 자유를 중시하며, 자동화의 흐름을 피해가기보다 그 위에 올라탄다. 창작자 경제, 소셜 미디어 기반의 1인 콘텐츠 사업이 확장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런 흐름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기술 친화적인 개인과 기업은 빠르게 기회를 선점하지만, 전통적인 사업구조에 머무는 조직은 도태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저숙련·저임금 일자리는 AI로 대체되기 쉬워, 구조적인 소외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2023년 기준, 미국에서는 AI로 인해 단 한 달 동안 3,9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그 영향은 특정 계층에 집중되고 있다.
동시에, AI는 깊은 윤리적 질문을 던진다. 알고리즘이 사람을 평가하는 시대에, 그 알고리즘이 공정한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사법 시스템에서 AI 기반 재범 예측 점수가 흑인에게 불리하게 작동했던 사례는, 기술이 결코 중립적이지 않음을 보여준다. 데이터를 만든 사람의 편향이 곧 시스템의 판단이 되는 이 구조는, CEO들에게도 중요한 경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기업은 이제 기술만으로 경쟁하지 않는다. 기술을 ‘어떻게’, ‘무엇을 위해’ 활용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AI는 단순한 자동화 도구가 아니라, 조직문화, 인재 전략, 사회적 책임과 연결되는 종합적인 변화의 축이다. 신입 직원에게도 높은 디지털 감수성을 요구하게 된 지금, 인재 확보 전략 자체가 새롭게 재설계되어야 한다.
앞으로의 10년은 AI를 도입하는가 아닌, AI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조직이 되는가가 관건이다. 기술을 도입했다고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기술을 조직의 방향성과 연결하고, 사람의 가능성과 만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기술이다. 누구나 작가가 되고,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시대. 중요한 건 그 기술을 어떻게 쓰느냐이다. 효율과 수익을 넘어, 조직의 철학과 지속 가능성과 연결될 때, AI는 기업의 진짜 성장 동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