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 편집국장
2025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고 있는 ‘간사이 엑스포’가 흥행 부진, 적자 우려, 파빌리온 지연 등으로 인해 사실상 실패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다. 한때 아시아 경제의 중핵이었던 오사카는 이번 엑스포를 통해 도시 재도약을 꿈꿨지만, 현장은 ‘열기보다 허탈함’이 더 짙다.
부산은 이 장면에서 자신의 미래를 투영해 보아야 한다.
대형 국제행사,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한 세대 전, 대형 국제행사는 국가의 위상을 끌어올리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성공 방정식이었다. 1964년 도쿄올림픽과 1970년 오사카 엑스포는 일본을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끌어올리는 마중물이었고,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한일월드컵은 한국의 선진국 도약을 알리는 이정표였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은 코로나 팬데믹과 국민적 반발 속에 ‘무관중의 외로운 축제’로 막을 내렸고, 오사카 엑스포는 미완공 파빌리안과 공사 지연, 과도한 물가와 바가지 요금 논란 등으로 관람객의 외면을 받고 있다.
‘기대’가 아닌 ‘성과’로 증명해야 하는 시대이다. 오사카는 이번 엑스포를 통해 지역경제 회복, 관광객 유치, 일자리 창출, 도시 브랜드 개선 등 네 마리 토끼를 잡고자 했다. 그러나 과대포장된 비전과 부실한 실행력, 그리고 시대 흐름을 따라잡지 못한 콘텐츠는 결국 외면을 불렀다. ‘이벤트 개최 자체’에 안주하는 도시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와 민간 부문의 적극적 참여, 탄탄한 도시 인프라와 매력 있는 콘텐츠가 동반되지 않으면, 대형 행사는 되려 재정 부담과 시민 피로감만 남긴다.
부산, ‘2030 엑스포 유치 실패’가 끝이 아니다. 다시 시작이다. 부산도 2030 세계엑스포 유치를 위해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였다. 결과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밀려 유치에는 실패했지만, 그 도전은 부산이라는 도시의 현재 좌표를 되짚고, 미래를 재설계할 기회였다. 오히려 지금은 엑스포 유치 실패를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오사카의 ‘실패한 유치 성공’을 경계해야 할 시점이다.
오사카의 그림자에서 배워야 할 것에 대해 깊이 성찰해 보아야 한다.부산은 지금 어떤 도시인가? 조선과 항만 물류 중심의 산업도시에서, 관광·문화·의료·ICT 중심의 다변화된 미래도시로 전환 중이다. 그러나 수도권 집중과 인구 감소, 청년 유출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여전히 안고 있다. 따라서 부산은 다음을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형식적인 도시 마케팅이 아닌 시민 중심의 도시 혁신, 국제행사 유치 자체보다 사후 활용 전략과 지속가능한 경제모델, 정부 의존형 프로젝트가 아닌 민간 투자와 시민참여형 경제생태계, 과거 유산 반복이 아닌 글로벌 메가트렌드에 발맞춘 창조적 기획이 뒤 받침 되어야 한다.
부산의 진짜 기회는 지금부터이다. 부산은 아직 ‘유치 실패’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실패가 아닌 ‘재정비’의 시간이다. 디지털 경제, 해양바이오, 스마트 물류, 문화콘텐츠 산업 등 미래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오사카 엑스포의 좌초는 단지 한 도시의 문제가 아니다. 부산이 제2도시로서, 글로벌 도시로서 어떻게 미래를 설계할 것인지 묻는 거울이기도 하다.
‘무엇을 유치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도시로 나아가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