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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정자세계인의 존경을 받았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하셨다. 그는 인간이 공수래공수거임을 몸소 우리에게 보여주셨다. 신던 낡은 구두에 철제 십자가, 소박한 흰옷을 입고 장식이 없는 관에 누워 계셨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에 이어 레오 14세 교황이 선출되었다. 많은 사람이 콘클라베라는 교황 선출 방식에 큰 관심을 가졌다.

콘클라베라는 말의 어원은 쿰 클라베(cum clave)로 열쇠로 걸어 잠글 수 있는 방을 의미한다. 곧 새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추기경들이 있는 성당의 문을 걸어 잠그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전 세계 80세 미만의 모든 추기경이 선거인단을 구성하고 콘클라베에 들어가면 외부와의 모든 접촉 및 통신이 금지된다. 하루에 2번 시스티나 성당에서 비밀투표를 하며, 투표수의 2/3 이상의 득표를 얻는 이가 교황으로 선출된다.
 
 전통적으로 추기경들은 투표 과정 동안 외부 세계와 단절된다. 이러한 고립은 교황청 회의 중요한 요소이며, 이를 통해 교황청 회의 신성하고 심의적인 성격이 강조된다. 스페인 왕립 아카데미에 따르면, 콘클라베는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열리는 추기경 회의로 정의된다. 이는 고립의 물리적 측면뿐만 아니라 그 과정의 영적, 의례적 의미도 포함된다.


이 의식의 역사는 유구하다. 12세기 중반에 시작되었지만 1274년 교황 그레고리 10세에 이르러서 헌법 우비 페리쿨룸에서 정식 규칙에 포함되었다. 이 방식은 교황 선출에 대한 국가의 간섭에 맞서 교회의 자유를 보존할 수 있게 하였다. 비록 심의가 지나치게 길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더라도 말이다. 한 예로 1241년 추기경들은 선거가 길어짐으로써 한여름 70일 동안 셉티조니움에 갇혔고, 이로 인해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인 로베르토 디 소메르코테스 추기경이 죽었다. 그럼에도 이를 고집한 이유는 어떤 외부 압력도 투표에 영향을 미치게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한국의 대선 상황을 비교하게 된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우리나라가 큰 혼란에 휩싸였고, 그로 인해 초래된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가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이제 대선 후보 등록이 마감되고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에 돌입하였다. 이 시기는 대통령 후보들이 내놓는 공약과 함께 우리나라의 희망찬 미래를 상상하고 기대하는 때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동안 정치권에는 극심한 갈등과 대립이 이어져 왔기에, 대선 과정에서도 매우 큰 갈등이 예상된다. 후보들 사이에 매우 과격한 말싸움이 오갈 것이며, 비방과 비난도 서슴지 않을 것이다. 콘클라베처럼 평화롭고 안정적인 선출 과정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더 이상의 갈등과 대립을 야기하지 않는 대선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바람일까?
 
 한편 가톨릭교회 내에서는 레오 14세 교황을 매우 반기는 분위기다. 미국 출신으로 페루에서 오랫동안 선교사로 활동하였고 특히 빈민가에서 사목활동을 하였다. 수도회 출신으로 온화하고 부드러운 성격을 지닌 그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회 쇄신 방향을 이어받는 동시에,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편에서 교회를 이끌고 세상에 호소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레오 14세라는 이름을 선택한 이유도 레오 13세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한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교황은 요한 바오로 2세(재위 1978~2005년)였다. 1984년 5월 100만 신자가 운집한 가운데 여의도 광장에서 열린 한국 순교 복자 103위 시성식은 가톨릭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방한사에서 벗이 있어 먼 데서 찾아오면, 이 또한 기쁨이 아닌가라고 우리말로 인사를 했다. 1989년 두 번째 방한 때는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신자들과 손잡고 아리랑을 불렀다. 서울 절두산 순교 성지에는 그의 흉상이 있다.
 
 그는 한국뿐 아니라 20세기 가톨릭 역사에서 가장 또렷한 족적을 남긴 교황이기도 하다. 폴란드인으로 최초의 공산권 출신 교황이다. 


요한 바오로 2세가 공산주의 붕괴에 혁혁한 역할을 했다면, 얼마 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역대 가장 진보적 성향의 교황이다. 2014년 방한 때 벤츠 방탄차 대신 기아의 소형차 쏘울을 탔을 정도로 소탈한 그는 해방신학의 태동지 남미 출신답게 사회 불평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특히 가톨릭 사제들의 동성 커플 축복을 허용할 정도로 성소수자에게 관대했다. 그러나 그의 진보적 교리 해석은 전통적 신도 층에서 큰 반발을 샀다. 가톨릭 신자인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는 그를 마르크스주의적 파괴자라고 비난했다.
 
 세계 패권국에는 교황 자리를 주지 않는다는 금기를 깨고 레오 14세가 미국인으로는 사상 처음 교황에 올랐다. 

그의 시대적 역할은 무엇일까. 그는 프란치스코의 동성 커플 축본론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에도 명백히 반기를 드는 중도파로 분류된다. 트럼프가 촉발한 혼돈의 시대에 트럼프와의 소통 중요성이 고려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덧붙여 새 교황은 2027년 세계 청년대회 참석차 방한할 예정이다. 교황의 한국 방문으로는 네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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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5-16 08: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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