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을 비롯한 전국의 7개 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전 사전인출은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moral hezard)’의 극치를 보여준다. 현장에는 서울에서 파견된 금융감독원 직원 3명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저축은행 직원들이 마감시간 후 셔터를 닫아놓고 VIP와 직원 친인척의 예금 인출을 막지 못했다.
이번 저축은행 영업정지로 출금하지 못하는 사람은 30만 명에 달한다. 수 년 또는 수 십 년간 배를 타면서 모은 돈을 해당은행에 저축했는데 한 순간의 영업정지로 한 푼도 못 찾는 사람도 있다. 금융당국은 부산지역 중심은행인 부산은행에서 개인별 예금액의 90%까지 대출받을 수 있도록 했다. 현재 부산은행 창구에서는 저축은행 영업정지로 출금을 못하는 고객들을 위해 대출을 시행하고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부산저축은행 경영진 10여 명은 구속기소 되어 있다. 감독 당국인 금융감독원은 국장급과 실장급 인사의 85%를 물갈이 하는 대폭적인 조직 인력 개편을 단행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현장을 압수수색해서 관련 사건을 조사중이다.
금융기관과 금융당국 할 것 없이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심각한 상태다. 서민들은 어떤 기관을 믿고 돈을 맏길 것인가? 이 달 중순경 발생한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로 시중은행의 신뢰는 추락했다. 원인이 어떻든 4대 은행인 농협이 3,000만 고객에게 피해를 준 것은 사실이다. 시중은행에 이어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까지 신뢰를 잃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와 감독당국은 상시 모니터링 체제를 강화해서 부실 금융기관 때문에 선량한 시민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금융기관 경영진의 윤리교육을 지속적으로 시행해서 하루하루 힘들게 생활하는 서민의 마음을 두 번 울리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