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철훈(해양물리학·어장학 전공)
우리는 지난 호에서 ‘바다를 경제 공간으로 활용하자’라는 제하(題下)로 몇 차례에 걸쳐 바다에서 ‘인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초적인 현상들을 살펴보았다. 예컨대, 전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엘니뇨(El Niño)’나 ‘태풍’, ‘쓰나미’ 등을 알아보았고, 세계 해양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쓰레기 섬’, ‘백화현상’들도 살펴보았다. 모두 우리의 일상생활에 크든 작든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었다. 이런 현상들이 우리의 인식에 상식화되어 바다가 우리 주변에 좀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다.
그런 바램에서 이번 호(號)부터는 ‘바다는 살아있는 생명체다’라는 주제로 몇 차례 더 생각해 보려 한다. 물론 ‘바다가 생명체일까?’에 대해선 이론(異論)이 있을 것이다. 다만, 필자는 바다가 살아있는 것처럼 ‘늘 멈춤 없이’ 움직이고 생명의 무한한 ‘에너지원을 제공’하고 그래 생명체처럼 언제까지나 ‘아끼고 보존했으면’ 싶어서다.
먼저 다루려는 내용은 ‘바닷물은 왜 움직일까?’이다. 흔히 ‘빗방울은 왜 떨어지고 담배 연기는 왜 상승할까?’ 묻는다면 대다수 ‘중력(重力)’ 때문이라고 답할 것이다. 이미 상식이 된 탓이다. 한데 ‘바다에서 해류는 왜 생기나?’ 묻는다면 선뜻 답할 이가 많지 않을 것 같다. 말이야 ‘나라 삼면이 바다’라면서도 우리 관심은 비껴있고 일상에서 먼 탓일 것이다. 일찍이 지적했듯, 오랫동안 ‘중국의 대륙문화에 젖어 해양문화는 뒷전’이었었기 때문이 아닐까? 사실 해류가 생기는 것도 ‘빗방울’이나 ‘담배 연기’처럼 크게 보아 중력의 영향 때문이다. 물론 몇 가지 더 작용 요소가 있다.
우선은 태양이다. 약 1억 5천만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다는 태양에서 뿜어내는 그 열(熱)이 바다를 움직이는 에너지 원(源)이다. 문제는 그 열을 바다에 공평하게 안 뿌려준다는 점이다. 다 알듯이, 지구의 자전축이 약 23.5도 기울어진 채로 태양을 돌므로(공전주기, 1년) 여름철엔 북반구가 태양에 가까워 열량을 더 많이 받고 겨울철엔 멀어져 덜 받는다. 물론 남반구는 반대다. 그래 우리(북반구)가 여름일 때 호주(남반구)는 겨울이다. 여기서 주목할 건, 적도(저위도) 만큼은 일 년 내내 변함없이 태양에 가까워 늘 덥고 양극(兩極; 고위도)은 늘 춥다는 것이다.
태양열의 분포가 이렇게 다르다 보니 더운물인 적도(저위도) 쪽은 ‘담배 연기’처럼 부풀어 올라 늘 해수면이 높아지고 찬물인 극(極)(고위도) 쪽은 ‘얼음물’처럼 가라앉자 늘 해수면이 낮아질 것이다. 이런 수위 차(差) 때문에 저위도(더운물) 쪽에서 고위도(찬물) 쪽으로 끊임없이 물이 북상(北上)(또는 남하)하게 된다. 그러니까 바닷물을 움직이는 동력의 일차적 원천이 ‘태양열’ 때문임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건, 만일 지구가 ‘자전(自轉)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다면 어떨까? 해수는 그저 정북(正北)(또는 정남)으로 언제까지나 흘러갈 것이다.
문제는 지구가 ‘스스로 돈다’라는 것이다. 이 자전 때문에 ‘흐름’에 새로운 힘, 소위 지구자전력(地球自轉力, 흔히 ‘코리올리 힘’이라 함)이 작용한다. 이 힘은 해수가 흘러가는 방향을 바꾼다. 북반구에서는 ’오른쪽’으로, 남반구에서는 ‘왼쪽’으로 바꾼다. 반구(半球)에 따라 흐름 방향을 반대로 바꾸는 게 특징이다. 따라서 저위도의 더운물이 북반구(남반구)에서는 정북(정남)으로 못가고 오른쪽(왼쪽)으로 방향을 바꾸게 된다.
그러니까 북반구에 존재하는 거대한 ‘시계방향’의 해류 순환구조, 즉 쿠로시오-> 북태평양 해류-> 캘리포니아 해류-> 적도 해류-> 쿠로시오로 이어지는 해류계를 만드는 게 이 ‘지구자전력’ 때문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지구가 태양주위를 공전(公轉)하면서 서에서 동으로 끊임없이 돌고 있는 한 이 흐름의 패턴은 단연코 바뀌지 않는다. 정리해 보면, 해류가 ‘바다의 강물’로 불리는 중요한 원인이 ‘태양열’과 ‘지구 자전’ 때문임을 알 수 있다.
부경대학교 해양생산시스템관리학부 명예교수
홍철훈교수(해양물리학·어장학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