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지역의 한 골프장 조성 사업과 관련해 시공사인 디엘건설이 대주단에 참여해 공매를 추진하고, 대출 연장을 조건으로 현금 담보 15억 4천만 원을 받았으나 이를 돌려주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골프장 측은 디엘건설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고 부당한 요구를 했다고 주장했으며, 디엘건설은 이는 계약 위반에 따른 채권 회수 조치였다고 반박했다.
2020년에 시작된 이 사업은 2022년 7월에 완료되었지만, 미수금 51억 원이 남아있는 상태다. 디엘건설은 시행사가 우선주 매각 대금 294억 원을 공사비로 사용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썼다고 주장했다.
2023년 디엘건설은 리파이낸싱 부족분에 대주단으로 참여했고, 이후 만기 연장은 없다는 입장을 시행사에 여러 차례 전달했다. 담보 대출은 820억 원 규모로 운영되었으며, 만기 도래 시 골프장 측은 대주단 19곳 중 18곳의 동의를 얻어 대출 연장을 시도했으나 디엘건설의 반대로 무산되었고, 이후 연체가 발생하자 공매를 요청했다.
골프장 측은 "공사 및 운영이 중단되지 않았고 이자도 성실히 납부했음에도 소수 대주가 공매를 강행했다"라며 반발했다. 그러나 디엘건설은 "채무불이행 위험이 커 기존 대주들이 기한이익 상실(EOD)을 검토하던 상황이었다"라며 "이는 계약에 따른 정당한 권리 행사일 뿐"이라고 맞섰다.
논란의 중심에는 2024년 9월 9일에 체결된 합의서가 있다. 이 합의서에는 "12월 9일까지 디엘건설의 대출 채권 43억 원이 전액 해소되지 않으면 담보금 15억 4천만 원을 몰취한다"라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골프장 측은 "디엘건설이 대출 연장 조건으로 현금 담보를 요구했고, 대주단 신탁 계좌가 아닌 디엘건설 법인 계좌로 직접 송금하게 했다"라며 "다른 대주단의 동의가 있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디엘건설은 "담보 방식은 골프장 측이 먼저 제안한 것이며, 이는 기존 대출과는 별개의 계약이므로 대주단 신탁 계좌와는 무관하다"라고 밝혔다. 또한 "다른 대주단의 동의를 받았다는 증거가 있다"라며 "시행사의 주장은 추후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12월 11일 디엘건설은 대출 채권 양수도 계약을 통해 원금과 이자를 수령했지만, 담보금 15억 4천만 원은 반환하지 않았다. 골프장 측은 "전액 상환 후에 담보를 몰취하는 것은 부당이득"이라고 항의했다. 이에 대해 디엘건설은 "합의서에 따르면 12월 10일 자정부터 조건 없이 위약벌로 귀속된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시행사의 안일한 대응과 의무 불이행이 누적된 결과"라며 "핵심은 미지급 공사비를 회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골프장 측은 디엘건설이 애초에 13억 4천만 원의 담보 제안을 거부하고 20억 원을 요구했으며, 대주단 공동 연장 일정보다 앞당긴 '9일 상환 약정서'에 서명하도록 압박했다고도 주장했다. 이 사안은 현재 공정거래 당국에 신고되어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양하다. 첫째, 시공사이자 대주로서 이해 상충 문제가 있다. 소수 대주가 공매를 단독으로 요청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대주단 협약 및 신탁 계약 구조가 이를 허용했는지가 주요 논점이다.
둘째, 대주단 공동 담보 체계 밖에서 별도로 현금 담보를 수취한 것이 적법한지 여부다. 이것이 다른 대주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우회 담보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실제로 대주단의 동의가 있었는지 입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셋째, 담보금 몰취 조항의 효력 문제다. 합의서가 위약벌인지 아니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며, 원리금 상환이 이루어진 후에도 전액 몰취가 과도한지는 민법상 감액 사유 검토 대상이 된다. 이때 지체 기간, 채무자의 귀책 정도, 담보의 성격과 금액의 적정성이 핵심 기준이 된다.
넷째, 거래상 지위 남용 여부다. 대출 연장 불응과 공매 요청, 별도의 담보 요구가 '부당한 경제적 이익 제공 강요'로 간주될 수 있는지, 상대방의 대체 가능성과 요구의 투명성 및 대가성 판단이 필요하다.
다섯째, 절차적 적정성 문제다. EOD 성립 요건, 사전 통지, 공매 개시 절차, 대주단 내 의사 결정의 정당성 등 형식적 적법성을 따져야 한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공사가 중단되지 않고 연체가 경미한 상황에서 시공사가 공매를 주도하는 경우는 드물다"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례성만으로 위법성을 단정할 수는 없으며, 결국 계약과 합의 문구, 실제 이행 경과, 대주단 내 의사 결정 기록이 결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공사 대금 미지급의 장기화, 리파이낸싱 실패로 인한 유동성 압박, 대주 간의 이해관계 충돌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전형적인 프로젝트 파이낸스 리스크를 드러내고 있다.
규제 기관의 조사와 함께 민·형사 소송이 병행될 가능성이 높으며, 합의서 원본, 대주단 협약, 신탁 계약, 대주단 동의서, 담보금 입출금 내역 등의 자료 공개 여부가 '갑질' 의혹을 밝히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