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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바다는 살아있는 생명체다. - 5. 바람과 파는 바다의 생명력이다
  • 기사등록 2025-09-05 08:3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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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훈 부경대학교 해양생산시스템관리학부 명예교수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은 물의 높낮이를 없애고 평탄한 수면을 만들려 함이다. 강물이 흐르는 것은 이 때문이요, 바다에서 파(波)가 전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위가 높은 곳의 물은 수압이 높고(고압) 낮은 곳의 물은 수압이 낮다(저압). 그렇기에 물이 흘러 수면이 평탄해지면 수압의 차도 없어져 결국 흐름도 멈추고 파동도 멈춘다. 호수에 돌을 던져 파문을 일으키면 동심원을 그리며 파동이 퍼져나가다 결국 다시 고요가 찾아오는 것과 같은 원리다. 


옛사람들은 색깔이 없어 오가는 방향을 모를 게 바람이라 하였다. 그러나 이젠 바람도 가는 길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바람의 길은 물 흐름(파동)처럼 기압이 높은 곳(고기압)에서 낮은 곳(저기압)으로 이어진다. 그래 기압의 높낮이가 생기면 바람이 일다가 그 차가 없어지면 사그라진다. 이를테면 바람이나 물 흐름은 각각 기압차나 수압차를 없애는 청소부인 셈이다. 헌데 태양열 수지가 바다에서 불균형하다 보니 바람 잘 날이 없다. 그래 바다에는 언제고 바람투성이다.


일찍이 소개했던 ‘태풍’은 바람이라도 그 존재 메커니즘이 조금 다르다. 저위도에서 열섬(heat island)이 생기면 급히 상승기류(저기압)가 생기고 고기압 쪽에서 바람이 불어 들어간다. 여기까지는 보통 바람과 같은데, 불어 들어가는 바람에 지구자전력(코리올리힘)이 작용해 회전운동을 만드는 게 다르다. 물론 ‘지구가 자전하지 않는다면’ 그저 고기압에서 저기압 쪽으로 기압차가 사라질 때까지 줄곧 바람이 불 것이다. 그럼 태풍이 생길 리 없다. 결국, 태풍이 생기는 건 지구가 돌고 그럼으로써 지구 자전으로 인한 힘이 작용한 탓이다. 북반구에서는 반시계방향, 남반구에서는 시계방향의 태풍이 생긴다. 지구자전력의 방향이 반구(半球)별 반대라서다. 


한편, 자연에서는 ‘힘의 평형(平衡)상태’라는 말을 잘 쓴다. 이는 시간이 지나도 바다가 크게 변하지 않는 안정 상태를 말한다. 이를 물리학에서는, ‘힘의 균형이 서로 이루어진 상태’라고 한다. 이를테면, 태풍은 ‘기압차로 생긴 힘’과 ‘지구 자전으로 생긴 힘’이 서로 균형(평형)을 이루어 만든 ‘합작품’인 셈이다. 


보통 일상에서 만나는 바람은 조만간 기압차가 사라져 바람도 쉬이 사그라지나 수백 킬로 규모의 태풍은 위 두 힘의 ‘평형 관계’에서 형성된 것이므로 쉬이 사그라지지 않고 수일~수주일 생명력을 유지한다. 우리나라에 겨울철 수일 동안 쉼 없이 불어오는 ‘북서풍(또는 북동풍)’이나 봄철, 남으로 오는 ‘봄바람(남풍)’도 다 ‘힘의 균형으로 생긴 바람’들이라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것이다. 


바다에서 바람이 불면 파동(風波)이 발생하고, 해저지각변동이라도 생기면 ‘쓰나미(地震波)’도 발생한다. 원인은 다른 파동이지만 모두 성질은 유사한 해파(海波)다. 이로 발생한 해수면 높낮이(수압차)를 없애려 좌우 사방으로 파가 달려간다는 점에서 그렇다. 다만 쓰나미는 그 달리기 속도가 워낙 빠른 게 일반 파와 다른 점이다. 저 광안리 해변에 쉼 없이 밀려오는 흔한 파동은 이미 외양에서 바람의 영향을 받았거나 해서 생긴 파동(너울)이라 봐도 과히 틀리지 않을 것이다. 


자연은 늘 이렇게 안정을 찾으려 ‘힘의 평형상태’를 지향한다. 이 과정의 산파역을 ‘바람과 파동’이 대신하신 셈이다. 바람은 대기에서, 파동은 바다에서다. 사실, 바다를 생명체로 만드는 것도 이들일 것이다. 저녁나절, 저무는 햇살을 등에 지고 해변을 거닐면 쉼 없이 귓전을 스치는 이들의 소리, 안정을 희구하는 힘찬 고동 소리일 것이다. 때론 세파(世波)를 넘어, 조만간 다가올 고요와 안식을 위한 침묵의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기압차를 없애려 수위 차를 없애려 쉼 없이 움직이는 바람과 파, 왔다 가고 고요하면 다시 오는 바다의 합창단. 태양이 빛나고 지구가 돌고 있는 한 이 ‘불연속 화음(和音)’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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