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령층 빈곤 문제는 더 이상 구조적 위험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 위기’다. 최근 발표되는 관련 지표들은 여전히 OECD 최악 수준에 머물고 있다. 물가 상승률은 고령층 생활비를 압박하고, 재취업 시장은 경력·연령 차별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그 결과 많은 은퇴층이 생활비는 물론 의료비, 자녀 지원까지 떠안은 채 위태로운 노후를 버티고 있다.
특히 자녀가 결혼하지 못했거나 구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 노부모의 심리적·경제적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자신도 노후가 불안한데, 자녀 세대의 문제까지 ‘부모가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이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심리적 부담은 흔히 ‘아틀라스 컴플렉스(Atlas Complex)’로 설명된다. 하늘을 떠받친 아틀라스처럼 모든 짐을 스스로 짊어져야 한다는 강박이다.

문제는 이 강박이 단순한 정서가 아니라 경제적 파국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 간 노후세대가 다단계 투자, 고위험 금융상품에 속아 재산을 잃는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안정적인 연금성 수익을 마련하려는 절박함이 부정한 시장과 사기성 투자에 이용당하는 구조다. 사회적 안전망이 부실한 탓에 ‘혼자 버텨야 한다’는 아틀라스식 심리는 오히려 위험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제는 정책이 답해야 한다. 첫째, 고령층 소득정책의 기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 표면적 일자리 숫자를 늘리는 데 만족하는 방식으로는 빈곤을 해소할 수 없다. 경험 기반의 전문형 일자리, 지속가능한 소득 구조, 고령친화적 노동시장 설계 등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
둘째, 부모 세대의 가족 부양 부담을 사회화하는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자녀의 결혼·취업·주거 문제를 오롯이 가정 내 책임으로 남겨두는 구조를 유지하는 한 고령층 부담은 계속 확대될 수밖에 없다. 청년·노년 세대를 분리된 집단이 아니라 동시에 지원해야 할 하나의 순환 구조로 인식해야 한다.
셋째, 고령층 대상 금융사기 예방과 전 금융권 감시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위험 금융상품을
이상철(본지 편집부국장) ‘연금 대체재’처럼 포장해 판매하는 관행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이는 개인의 불운이나 판단 미숙이 아니라, 제도적 규제 부재가 만든 구조적 실패다.
노후세대는 젊은 시절 한국의 산업화를 지탱한 주역이다. 그러나 정작 그들의 노후는 ‘책임의 과잉’ 속에서 무너지고 있다. 아틀라스 컴플렉스에 갇혀 모든 것을 떠안고 버티도록 방치하는 사회는 건강하지 못하다.
이제는 국가가 말해야 한다. “하늘을 혼자 떠받치지 않아도 된다”고.
더 늦기 전에 고령층을 위한 현실적이고 촘촘한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의 최소한의 품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