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칼럼]대한민국의 ‘건국일’은 언제인가?
  • 기사등록 2026-03-04 06:51:25
  • 기사수정 2026-03-04 10:53:27
기사수정

홍철훈 칼럼니스트 대한민국이 세계 경제 선진국에 들어선 것도 꽤 되었다. 그러나 정작 그 ‘대한민국’의 시작인 ‘건국일’은 소모적인 정쟁(政爭)에 휘말려 일선 교육에서마저도 혼란을 겪고 있다. 어떤 때는 ‘대한민국 수립일(1948.8.15)’이라 하고, 또 어떤 때는 ‘임시정부 수립일(1919.4.11)’이라고도 한다. 이렇게 ‘건국일’이 ‘정치적 판단’에 따라 쉽게 바뀔 수 있는 것일까? 이 통에 한 나라의 가장 큰 축제일인 ‘건국일’이 언제인지도 모르는 세대가 늘고 있다. 함께 잠시 생각해 보자.


먼저 살펴볼 일은 ‘국가’의 성립 요건일 것이다. 주지하듯, 국가라면 ‘영토’와 ‘국민’과 ‘공권력(통치력)’이 존재해야 한다. 먼저, ‘임시정부(임정, 1919)’를 보자. ‘임정(臨政)’은 대한민국 임시헌장 제1조에, 놀랍게도 현재의 대한민국 헌법 제1조와 같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한다”고 선언했다. 이 때문에, 오늘날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란 문구가 포함되었다. 그러므로 임정이 대한민국의 설계자이자 정신적 뿌리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일제하에서 실질적 ‘영토’와 ‘공권력’이 없었다. 그래 국민의 기본권(생명권, 자유권, 재산권)을 지켜줄 수 없었다. 국가로선 실로 ‘미완성’ 단계였다. 따라서 ‘임정’이 대한민국을 ‘상징(象徵)’한다 해도 ‘실체(實體)’는 될 수 없었다.


‘1948년 8월 15일’은 임정의 설계도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국가 시스템(영토, 국민, 주권)이 가동된 날이다. 동시에 국제적으로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적 국가로서 인정받았다. 그러니까 ‘1919년’이 임정에 의해 대한민국의 ‘잉태와 서약’이 이루어진 해라면, ‘1948년’은 ‘탄생과 주권계약’이 완성된 해일 것이다. 마치 1620년, 신대륙에 처음 상륙한 청교도가 오늘날 美 건국에 씨를 뿌렸어도 ‘독립선언서’를 작성해 세계만방에 공표한 ‘1776년 7월 4일’이 美 건국일이 된 점과 같다. 또 프랑스 혁명(1789.7.14)을 통해 왕으로부터 ‘시민이 주인’이 된 날을 프랑스 건국일로 삼은 것도 같은 이치다. 모두 한 국가의 ‘시스템’과 국가의 ‘정체성(이념)’이 수립된 날을 ‘건국일’로 삼은 셈이다.


대한민국은 북한의 전체주의 체제와 달리 오늘날 미국ㆍ영국ㆍ프랑스 등을 비롯한 모든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채택한 ‘존 로크(1689)의 사회계약*1’에 바탕을 둔 건국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계약’이란, 국민과 국가 간 ‘계약’으로서, 주권자인 국민(시민)의 기본권을 국가가 수호(守護)한다고 헌법상 체결한 ‘계약’이며, 동시에 국민이 위임한 정부는 이 ‘계약’을 엄숙히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집 매매(또는 전세) 계약’과 사실상 의미가 같다. 그래 계약자(정부)가 위약(違約)하면 국민이 배상(정권교체)을 요구할 권리(저항권)를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48’년은 바로 이 ‘사회계약’이 한반도 역사상 최초로 헌법(성문법)과 공권력을 통해 효력을 발생한 역사적인 해일 것이다. 명실상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 개국한 해다.



그렇다면 근년에 왜 ‘임정’ 수립에 ‘건국’을 연연하는 것일까? 그 까닭은, 현재의 ‘대한민국’을 지난 80여 년 이어온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으로 보지 않고, 임정이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반영해 설계한 ‘좌우 합작의 민족공동체’로 봐서다. 다시 말해, 현재의 대한민국을 ‘사회 계약적’ 관점에서 안 보고, ‘민족적’ 관점에서 봐서다. 모두 北을 의식한 ‘정치적 판단’에서가 아니겠는가!


과연 이런 ‘시각’이 정당한 것일까? 필자는 반대 견해다. 우선은, 北의 공산주의적 ‘전체주의’ 독재 아래에서는 살 수가 없어서다. 게다가 北 ‘체제’에 대한 ‘자유민주주의’의 우월성은 이미 이 땅에서 증명된 바라서다. 또 하나는, 지난 세기 6.25 사변을 상기해서다. 당시 ‘민족 통일’을 위해 싸웠나? 아니었다. ‘자유 통일’을 위해 싸웠다. 16개국 유엔군 파병도 그러했다. 국군은 물론, 수많은 타국참전 젊은이가 왜 이 땅에서 피 흘리며 죽어갔나? 오늘의 이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려 해서가 아닌가! 실로 대한민국은 그들의 피로 지켜낸 나라다. 이를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싶어서다! ‘자유민주주의 이념’은 ‘민족’보다 우선해야 한다. 이제 자라나는 저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더는 건국일이 정쟁(政爭)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


이를 위해 필자는 몇 가지 제안하고 싶다. 먼저, 헌법 전문에 1948년 건국의 실체적 의미를 명확히 선언하자. 예컨대, 현재 헌법 전문에서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라는 문구가 ‘1919년 건국론’의 근거로 오용된다 하니, 차라리 “임시정부의 ‘정신’을 계승하여 1948년 자유민주공화국을 건국하였다”로 하면 어떨까? 둘째로, 일선 교육에서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시민 교육’을 강화하자. ‘계약’과 그 속의 참뜻인 ‘권리와 의무’에 대한 학습이 핵심일 것이다. 셋째로, 오늘날 이미 北과의 경제전쟁에서는 ‘완승(完勝)’했다*2. 이는 ‘자유민주주의의 대첩(大捷)’ 아니겠는가! 당당히 자유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정립(正立)해 나가자. 넷째로, 이미 극일(克日)한 마당에 ‘광복절’만 강조할 것인가? 이젠 세계 속에 우뚝 선 대한민국의 ‘건국절’이 더 의미 있는 시대가 되었다. 함께 생각해 보자.


*1 부산경제신문(인터넷판) 2026.2.11. “바다의 프롬나드_대한민국에 ‘시민’은 왜 없나?”

*2 Wikipedia 2026.2.26. 1인당 GNP (UN): 대한민국(ROK)~$36,262, 북한(DPRK)~$640


부경대학교 해양생산시스템관리학부 명예교수

홍철훈(해양물리학·어장학 전공)

hongch0692@gmail.com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6-03-04 06:51:25
기자프로필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부산환경공단
BNK경남은행 리뉴얼
한국전력공사_4월_변전소나들이
부산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
2025년도 부산 스마트공장(기초) 구축 …
최신뉴스더보기
15분도시 부산
한국도로공사_졸음쉼터
대마도 여행 NINA호
2024_12_30_쿠쿠
은산해운항공 배너
한국수소산업협회
부산은행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