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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사람들은 헤티그린이라는 할머니를 기억하고 있다. 80세에 작고한 이 할머니는 800필지의 부동산과 1억 2500만 달러라는 거액을 남겼는데 통조림 깡통에 그 거액 예금통장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값싼 오트밀 만으로 끼니를 이었는데 연료비가 든다고 데워 먹는 법도 없었다. 그녀의 14세 된 외아들이 응급치료를 요하는 다리를 다쳤는데도 무료진료소를 찾느라 늦게 병원에 도착하는 바람에 이를 절단해야만 했다. 전기를 적게 쓰는 구식 전기구를 찾아 사흘 동안 고물상을 뒤진 할머니다. 이 분이 작고했을 때 뉴욕타임스는 돈을 쓰지 않는 데서 행복을 개척하는 프론티어라고 찬양했다. 물론 이 할머니가 남긴 유산은 문화기금으로 사용됐다. 풍요속의 구두쇠 할머니는 텔레비전이며 전화도 없이 살았다고 USA 투데이는 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동패낙송이라는 문헌에 보면 우리 조상들 가운데 무일푼으로 시작, 묵밭을 가꾸고 길쌈행상을 하면서 부를 일구는 검약 근면한 이야기가 없지 않다. 남양의 장씨 여인은 그렇게 번 수천섬의 양곡을 행려병자 등 헐벗고 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또 제주 기생 김만덕도 기근에 죽어가는 백성들을 위해 모은 전 재산을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내가 가진걸 멋지게 털고 가는게 내 인생 마지막 목표”라고 말하는 서전농원 대표 김병호 씨는 17살이던 1950년 보리 한가마니 판돈 76원을 들고 고향을 등지고 떠나 서울에서 식당배달원, 운수회사직원 등을 거치면서 더운 여름철 1원하는 찬 음료수 1잔도 아끼면서 모은 전 재산 350억원짜리 실버타운으로 부부가 함께 들어갔다고 한다.

함안 산골에서 자란 세정그룹 박순호 회장은 새벽에 신문을 돌리고 낮에는 메리야스 도매상에서 일하면서 성공, 지금까지 120억원을 기부했다. 지난 5월 사재를 털어 세정나눔재단을 설립한 박회장은 "돈 벌어 지혼자 맛있는 거 묵는데 급급해 인생이 그렇게 끝나면 얼마나 허망할꺼냐"고 묻는다. 창문도 없는 1평반짜리 고시원 월세 25만원짜리 쪽방에 살면서 70만원 월급쟁이 중국집 철가방 임우수씨는 3명의 어린이를 후원해 오다 교통사고를 당한 뒤 아무도 찾지 않는 병실에서 쓸슬히 숨졌다.

또 "나는 내 자식들이 도시락을 못싸 소풍을 못 가게 만든 못난 아버지였다"며 도둑질 빼고는 안 해 본일이 없는 이금식(71) 경암문화 장학재단 이사장은 마흔이 넘어 기업인으로 성공한 뒤 2006년 어려운 노인, 학비가 없는 학생 등 499명에게 8억3350만원을 지원, 또 2009년에는 사회 복지 공동 모금회에 1억원을 기부, 또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끼니를 거를 정도로 어려운 시절을 보낸 박병출(49) 태현메가텍 대표는 공고를 졸업 후 지게차 임대회사 직원으로 일하며 경남대 기계공학과를 마쳤다.

1989년 기계 부품 제조공장을 차린 그는 사업이 차차 안정되자 2006년부터 매년 동네 고등학생 4명에게 장학금을 주기 시작했다. 그는 “장학금을 주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뭔가 더 있을텐데...’ 싶었지만 구체적인 방법을 잘 몰랐다”면서 “내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이라 해도, 그 돈 역시 사회로부터 받은 것은 마찬가지”라고 했다. 박 대표는 앞으로 15년쯤 더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총 4억을 기부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대전에서 용전 놀이랜드를 운영하는 김진희(38)씨는 지난 7월부터 이벤트를 기획해 고객들 이름으로 대전 동구청에 월 1000만원어치씩 쌀을 기부하면서 “어렵게 자란 남편이 ‘어른이 되면 사회복지사업을 하고 싶었다’는 말을 늘 했다"면서 “IMF" 외환위기로 사업이 망했을 때 ‘재기하면 남을 돕자” 고 결심했는데 그걸 실천할 수 있어 행복하고 네 딸앞에 자랑스럽다“고 했다.

최영돈(59.여행가)씨는 10년째 매년 1000만~2000만원씩 육군3사관학교와 이화여대에 기부금을 내고 있다. 그는 “아들이 언젠가 ‘기부 그만하고 우리한테 물려주시지...’하고 볼멘소리를 하기에 ‘돈이란게 3대(代)를 못 간다. 언젠가 없어질 돈이라면 살아생전에 의미 있게 쓰고, 너희에겐 올바른 정신을 물려주겠다’고 대답했다. 최씨는 ”기부하는 “행복, 안 해본 사람은 모른다” 고 했다. “우리들의 목표는 풍부하게 소유 하는 게 아니라 풍성하게 존재하는 데 있다” 라고 말씀하시던 무소유 소유자 법정 스님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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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1-11-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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