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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바닷가 언덕에 올라 파도소리를 듣는다. 아득한 전설인양 먼 나라로부터 밀려와 부딪치고 스러져가는 파도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는 아침 집을 훌쩍 떠나 신안군에 있는 임자도에 도착, 텐트를 치려다 작년에 민박한 선주집에 방을 정해놓고 대광 해수욕장을 가로질러 삼학산 중턱에 앉아 먼 바다를 내려다본다.

해는 벌써 바다 저쪽에 기울어져 오렌지색 석양이 바다전체를 불이 붙는 듯 덮어놓고 있다. 바다의 황혼은 정말 아름답다.

황혼만이 아니다. 바다의 것은 어느 것이나 아름답고, 신비스럽고 그리고 웅대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

그는 이 아름답고 신비롭고 웅대한 바다에서 언제까지라도 살고 싶다. 바다와 같이 푸르고 영원한 인생의 품이 자꾸만 그리워지는 것이다.

그는 벼랑 끝에 서서 망망대해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을 맞으면서 긴 상념의 세계로 접어든다. 그 시절 그는 얼마나 죽고만 싶었던가.

그는 너무나 일찍 자신의 한계점을 보고 있었다. 끝내 잡지 못할 구름 한 끝을 찾아 바둥거리며 쫓아 나선다는 것이 구지레하게 생각되어 견딜 수가 없었다.

어쩌면 그건 그에게 세속적인 욕망이 너무 컷던 탓일지 모르겠다. 바다는 메워도 사람속의 헛된 욕망은 메울 길이 없다고 했듯이, 바다는 모든 것이 상처로부터 그를 포근히 감싸주고 있다.
태초의 혼돈과 같은 울부짖음과 갈메기의 날갯짓, 그리고 고기잡이 배들의 집어등이 도심의 가로등 같다.

이튿날 아침, 붉은 해가 솟아오른다. 하늘을 진홍빛으로 불들이고 해가 솟아오른다. 찬 바닷물에 밤새 괴로움을 참고 아침 해가 바다를 열었다.

아침 해를 바라보며 그는 우주는 바다에서 열린다는 말을 생각하고 지난날 내안에 불 밝히고 싶었던 것들을 여기에서 찾을 것만 같은 기대에 가슴 부풀게 한다. 찬바람이 몸에 부딪는다.

아침 바다의 공허함을 몰아 옷깃을 파고 들지만 싫지만은 않다. 그는 겨울바다에서 쥘 쉬페르비엘의 ‘미지의 바다’라는 시를 떠올린다.

아무도 보고 있는 이 없을 때
바다는 벌써 바다가 아니고
아무도 보고 있는 이 없을 때의
꼭같은 것이 된다
딴 어족이 살고

딴 파도가 일어선다
그것은 바다를
지금 내가 하고 있듯이위한 바다
꿈을 꾸는 사랑의 바다가 된다.

겨울 바다도 바로 이러한 미지의 바다다. 약간은 우울하고 회색빛이 도는 겨울 바다의 머언 수평선을 보고 그는 그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을 흘린다. 그 눈물은 아마도 겨울 바다가 고독한 사람의 몸짓 같은 것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마치 고독하기 위해서 세상을 살아 온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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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2-01-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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