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수 “기업형 슈퍼마켓(ssm)이나 대형마트가 들어온다고 상인들이 밤새 지키고 있는 모습을 TV에서 볼 때 남의 일 같지 않아 안타까웠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발버둥이라도 치잖아요. 우리는 두 눈 멀쩡히 뜨고 당한 꼴이 되어 버렸습니다”
양산 동면 금산리 1480번지 일대에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가 개장한 뒤 이 동네 슈퍼들은 하루하루가 고통으로 살아가고 있다.
동면 석.금산지역에서 동네 슈퍼를 운영하는 상인들은 어쩌지 못해 가계 문을 열어 놓았지, 이미 매출은 반 토막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가계 문을 닫을 수는 없어 어쩔 수 없이 하루하루를 견디어 간다.
불과 국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얼마 전 농수산물 종합유통센터가 개장하면서 이들의 매출은 하루 아침에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적게는 20~30%, 많게는 50% 가까이 매출이 떨어졌다.
과자와 음료는 물론, 간단한 부식과 과일,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한 슈퍼 상인까지 “장사가 잘될 리가 있나. 한마디로 죽을 지경”이라며 “이곳에서 장사한 지 20년이 넘었다.
농수산물 종합유통센터가 개장한다고 해서 이렿게까지 장사가 안 될 줄은 몰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슈퍼 상인도 마찬가지다. “은행 빚을 내서 가게를 인수한지 2년이 조금 넘었는데,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가 개장한 뒤 2달 동안 매출이 반 토막으로 줄었다”면서 “거래처 대금 결제는 물론, 은행 이자도 못 낼 지경”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 같은 현상은 양산은 물론, 전국의 우수한 품질의 농·축·수산물을 전문적으로 유통하겠다는 취지로 설립된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가 민간 업체에서 수탁·운영하면서부터 불거졌다.
실제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가 개장을 하면서부터 일반 대형마트와 같은 제품을 똑같이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판매 품목이 겹쳐지면서 가격 경쟁력에서 뒤질 수밖에 없는 동네슈퍼는 바로 옆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에게 떠밀릴 수밖에 없는 지경으로 번진 것이다.
과일과 신선식품을 함께 취급하는 비교적 규모가 큰 한 슈퍼마켓 상인은 “애초에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가 들어선다고 할 때 너무 순진하게 생각했다”며 스스로를 자책했다.
또, 이 상인은 “처음에는 근처에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가 들어온다고 했을 때는 가격만 적당하다면 우리도 센터에서 도매로 농·축·수산물을 구입해 팔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우리 상권을 위협하는 대형마트였다”며, “미리 알았다면 인근 상인들과 연합해 시위라도 했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가 개장하면서 양산 남부시장 중심의 지역 전통시장 상인들은 그나마 조직적으로 반발하면서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조직이나 단체도 없는 동네슈퍼 상인들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농·축·수산물의 유통구조 혁신을 통해 시민들에게 저가의 신선식품을 적기에 공급하고 지역 농업인들의 판로 확보와 소득 증대에 도움을 주겠다던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가 설립취지와는 달리 골목 상권을 집어삼키는 그야말로 흔히들 얘기하고 있는 ‘괴물’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