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기증자기증자 하 부산시 시립미술관(관장 조일상)은 하정웅 선생(73)이 기증한 헨리 밀러의 작품 187점과 세키네 노부오의 조각 작품 9점이 전시되는 ‘헨리밀러, 세키네노부오전’을 4월 15일까지 3층 대전시실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전의 개막식은 8일 오후 4시 30분 3층 전시홀에서 허남식 부산시장, 하정웅 기증자 부부, 원로작가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실시되며, 허남식 부산시장의 축사, 하정웅 선생의 인사말씀 및 초상조각 제막식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재일교포 사업가이자 미술품 컬렉터인 하정웅 선생은 지난 2008년부터 재일교포 작가 손아유 작품부터 헨리 밀러, 세키네 노부오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총 447점을 부산시립미술관에 기증하였다. 작품 가액으로는 약 44억원에 달한다.
하정웅 선생의 기증 활동으로 부산시립미술관의 소장품 컬렉션이 한층 풍부해지고 다양해졌을 뿐만 아니라 미술관의 품격이 높아지고 기증문화의 좋은 모범이 되고 있다. 이에 시립미술관은 감사의 뜻으로 선생의 초상조각을 제작하였으며 이번 제막식 후 시립미술관에 영구 전시할 예정이다.
헨리 밀러(1891-1980)는 우리에게 ‘북회귀선’으로 잘 알려진 미국의 소설가로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은 <아나이스(1963년작)> 등 수채화 및 판화작품 187점이다. 헨리 밀러는 소설가로서의 집필 작업 외에도 평생에 걸쳐 3,000여 점에 달하는 미술작품을 남겼으며, 그의 작품은 일본과 유럽, 그리고 미국 내 유수의 미술관과 개인 소장가들에게 보관되어 있다.
헨리 밀러는 그림에 결코 능숙하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오히려 아무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대담함이 그의 작품의 매력이다. 화면 안에서 빨강, 파랑의 강렬한 색채가 강조되고 있지만, 그것들은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런 그의 화풍은 독창적이라기보다는 다양한 화가들에게서 영향 받은 것으로 보이며, 그림 전체를 통해 우리는 작가의 ‘삶에 대한 찬미(讃美)’를 문자가 아닌 자유로운 이미지를 통해 해석해 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편, 헨리 밀러 작품과 함께 전시되는 또 하나의 전시는 세키네 노부오의 조각 작품이다. 1960․70년대에 모노하(物派)는 회화나 조각에서 가능하면 손대는 것을 자제하자는 일본에서 창시된 세계적인 미술 사조이다. 하이데거의 존재론의 영향을 받은 모노하의 중심에 세키네 노부오가 있었다.
세키네 노부오는 돌과 브론즈를 사용한 조각은 물론, 행위예술에 가까운 설치미술이나 환경미술 등 다양한 영역과 방법을 왕래하면서 작업했다. 그는 물질이 지니는 순수한 속성에 관심이 있었으며, 따라서 그의 작품들은 구체적인 서사의 구조를 지니지 못한 채 조형감의 물질들로만 드러내 보였다. <공상(空相)-흑(黑)>, <원추(圓錐)의 주(柱)>, <공(空)의 문(門)>, <공(空)의 엔타시즈>와 같은 제목들은 작품의 소재에 화학변화를 일으키며 관람객들에게 철학적 사유를 유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