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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도 시대가 흐르면 첨단무기를 동원한 전쟁으로 바뀌어 과거의 전쟁과는 뭔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누군가는 피를 흘리고, 고통을 받으며 죽는다는 사실은 변한 게 없었다.

2010년 11월 23일 오후 2시 34분 북한은 천안함 폭침 도발이 있은 지 불과 8개월여 만에 서해 연평도의 우리 해병대 기지와 민간인 마을에 해안포와 곡사포로 추정되는 포탄 100여 발을 발사했다.

북한이 느닷없이 연평도에 포탄공격을 하던 그 날, 후방에서 뉴스를 통해 불길 치솟는 연평도 마을 현장의 화면을 보면서 굉장히 공포스러웠다. 하물며 포탄이 바로 코앞에 떨어지는 전장에서 우리 해병들이 겪어야 했던 극심한 공포와 고통이 어떠했을지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러나 그날 우리의 젊은 해병들은 용맹했다. 휴가를 받아 인천으로 나가려고 여객선에 탑승하던 중 포탄이 떨어지는 것을 목격하고 해병 부대로 자진 복귀하여 싸웠고, 조국을 위해 자신의 철모가 불붙는지도 모른 채 대응 사격에 온 힘을 다 했다. 그 와중에 조국을 위해 꽃 같은 생명을 바친 2명의 병사(故 서정우 하사, 故 문광욱 일병)와 평생 장애를 입고 생활을 하는 부상자도 16명이나 나왔다.

전문가들은 사람은 누구나 아픔을 더 빨리, 더 완전히 잊고 싶어 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 또한 ‘기억’이다. 역사를 기억하지 않고 추억하기만 하거나, 잊는다면 역사는 다시 반복된다. 전쟁에서 겪은 고통을 기억하지 않는다면, 그 전쟁을 통해 가족을 잃은 아픔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언젠가는 어리석게 되풀이할 수밖에 없게 된다.

무엇보다 연평도 영웅들의 유족과 연평도 주민의 눈물과 고통을 기억하고 달래주어야 한다. 북한이 대한민국 영토를 공격하여 군인과 민간인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 2년 만에 희미해져간다는 점은 그들에게 또 다른 아픔을 주는 것밖에 안 된다.

2012년 임진년을 이제 한 달여 남겨두고 다음 달이면 대한민국의 차기정부를 이끌어 갈 제18대 대통령을 뽑게 된다. 지금 국민의 관심은 오로지 대선이다. 하지만 연평도 포격 사건이 묻히거나 잊혀져서는 안 된다. 국민들은 물론 대선 후보들은 어느 누구보다 먼저 앞서 연평도 포격 사건을 기억하고, 아직도 고통 받고 있는 그 날의 당사자들과 유가족을 위로하고 격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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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2-11-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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