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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쵸코 빼빼로 사줘. 친구들 줘야 한단 말이야. 딸기맛 4개랑 아몬드 맛 10개..”
대형마트며 인터넷 쇼핑몰이며 골목안 조그만 슈퍼까지 쵸코과자를 한가득 내어놓고 판매하던 11월 초였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한때 역사교사를 꿈꾸웠던 사람으로서 쵸코과자를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에게 무릎을 꿇려놓고 우리 역사의 아픔을 함께 해야겠다거나 역사의식이 깊은 아이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나라는 아직도 전쟁이 끝나지 않은 휴전상태이며 남한과 북한이 대치하고 있다는 아주 조그마한 경각심 정도는 일깨워 주어야겠다는 의무감이 들었다.

11월은 6월 호국보훈의 달만큼이나 역사적 아픔이 많은 달이다.
11월 11일은 UN군 6.25전사자 추모행사(Turn Toward Busan)의 날이고, 11월 17일은 을사늑약이 있었던 날이자 순국선열의 날이다.
그리고 부산에서 인천까지 5시간, 그 인천에서 배를 타고 3시간쯤 더 들어가야 닿을 수 있는 연평도. 지난 23일은 그 작고 조용한 섬에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이 있은 지 2년째가 되는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북한은 당시 연평도에 포탄 170여 발을 퍼부었고, 해병대 장병 2명과 민간인 2명이 숨졌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처음으로 피난민이 대규모로 발생, 온 국민이 잊고 살았던 전쟁 공포가 현실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2년 전 북한의 기습포격에 피해를 본 건물은 모두 42채.
이 중 일부를 합쳐 주택 19채, 창고 10채, 상가 3채 등 32채의 건물이 신축됐다.

새집에 입주하기까지 연평도 주민들의 고단한 삶은 짐작할 수 없을 만큼 힘들었을 것이다. 신문기사로 접한 내용으로만으로도 그들이 느꼈을 절망감과 두려움은 얼마나 컸을까 짐작되었다.

혹여 앞으로 있을 상황에 대비하여 대피소 7곳도 신축하였다 하는데 포격을 당하면 주민들이 언제든지 피신할 수 있도록 문이 열려 있으며 그중 한곳은 330㎡ 규모의 널찍한 공간에 화장실, 주방, 방송실 등을 갖춘 신식 대피소가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는 대피상황에 대비했다 한다. 그들이 겪었을 공포와 괴로움을 다시는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제의 국권침탈이 다시는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할 과거의 역사라면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우리 스스로 깨치고 나아가야 할 오늘의 역사이다. 사랑하는 나의 아이들이 만들어가야 할 역사인 것이다. ‘내’가 아닌 ‘우리’의 대한민국이며 ‘선대’에게서 물려받은 대한민국이 아닌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대한민국임을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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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2-11-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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