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자 수필가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중동 전쟁의 충격 속에 글로벌(Global) 시장의 시선은 온통 미국과 이란의 종전(終戰)에 묶여 있다. 불안한 갈등 국면 속에서 협상 결과는 교착상태(交錯狀態)로 짙은 안갯속이다.
시장은 지정학적 리스크(Risk)를 넘어 고물가와 금리 상승 압력에 장기 경로를 바꿀 구조적 변화에 직면했다. 이렇듯 중동발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세계 경제가 저성장·고물가 충격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악의 경우 글로벌 성장률이 2% 수준까지 추락하며 최근 경기침체기와 맞먹는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중동 전쟁이 휴전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내 증시가 전 고점을 뛰어넘어 연일 최고치를 다시 쓰고 있다. 주가가 전쟁 충격을 딛고 빠르게 반등하고 있는 흐름은 지극히 소망스럽고 반가운데, 증시 자금 흐름을 보면 과도한 투기적 거래가 심상치 않은 양상이어서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주식 외상 거래액은 사상 최대치로 늘었고 위험성이 큰 파생상품에까지 개인들이 잇따라 뛰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투자 문화 조성에 금융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에너지 쇼크는 물가 상승과 성장 저하를 유발한다. 금리정책에 한계가 커진다. 재정에 여유가 있느냐가 정책 대응력을 좌우한다. 연료·식료품 가격은 아일랜드 시위 사태에서 보듯 정치 이슈가 된다. 위기 대응뿐 아니라 방위력 증강도 재정 부담이다. 우리가 적자국채 발행 없이 추경을 실행할 수 있는 것은 큰 강점이다. 쌓아온 재정건전성과 초과 세수를 만든 반도체의 역할이 크다. 한쪽의 지출을 늘리면 다른 쪽은 줄이거나 빚을 내야 한다. 재정과 외환의 비축 준비금은 위기 시 방어 무기가 된다.
IMF가 지난 4월 14일(현지 시각) 발표한 최신 세계 경제전망에서 중동 분쟁 장기화를 반영해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글로벌 성장 경로의 하방 리스크가 크게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피에르-올리비에 구랭샤(Pierre-Olivier Gourinchas)는 전쟁이 이미 1973년 제1차 오일쇼크(Oil shock) 때보다 에너지 시장에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라며 혼란이 올해를 넘어 지속하는 경우 2026년 세계 성장률은 약 2%까지 떨어질 수 있다. 라고 경고했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위험은 더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나리오별로 보면 분쟁이 조기에 봉합되는 기준 시나리오에서도 세계 성장률은 3.1%로 지난해 3.4%보다 둔화한다. 유가는 배럴당 평균 80달러 수준이 예상된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지난주의 코스피(KOSPI) 지수는 지난달 27일 6,475.63의 기준가로 시작해 5월 8일 7.498.00에서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 예탁금도 127조 원으로 지난 3월 초 수준으로 다시 커졌다. 1분기 역대급 실적을 낸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전쟁 충격으로 짓눌렸던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된 덕분이다.
중동사태가 뚜렷한 실마리를 찾지 못하며 유가가 치솟고 있지만 코스피는 7.400선을 넘나들며 고공행진 중이다. 다만 4월 경제심리지수가 두 달 연속 하락하며 체감경기는 얼어붙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쌍끌이하는 AI 발(發) 반도체 호황이 건설사 줄도산으로 상징되는 내수 침체를 뛰어넘은 결과다. 지난 5월 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4월 경제심리지수(ESI)는 전월 대비 2.3포인트 하락한 91.7을 기록했다. 통상 100을 기준으로 그보다 낮으면 향후 경제가 더 좋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의미이다.
이미 앞선 지난 3월 4.8 포인트 급락해 2024년 12월 비상계엄 당시 보인 –9.8 포인트 이후 최대 낙폭을 보인 데 이어 두 달 연속 악화 흐름이다. 다행히 제조업 수출 전망은 나쁘지 않다. 지난 5월 1일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2026년 4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2026년 4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8.0% 증가한 858억 9,000만 달러이고 수입은 16.7% 증가한 621억 1,000만 달러로 무역수지는 237억 7,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3월에 이어 두 달 연속 200억 달러 무역수지 흑자로 신기록이다. 이 또한 역시 반도체 호황의 결과다.
한편 한국은행은 이번 5월에는 오름폭이 더 커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특히 물가 상승 현상인 인플레이션은 경제 안정의 중대한 위협이다. 특히 미래 물가에 대한 경제 주체들의 예상인 ‘기대인플레이션(Expected inflation)’은 실제 인플레이션을 가속화(加速化)하며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효과를 약화(弱化)시키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물가 안정을 위한 통화 당국의 노력은 기대인플레이션 통제에 달려있다. 따라서 기대인플레이션이 2.9%까지 상승한 것은 물가 상승의 악순환이 고착화(固着化)될 수 있다는 위험한 신호가 분명하다. 정부는 에너지 수급 비상 계획을 즉각 가동해야만 한다. 우선 석유 최고가격제 중단부터 검토해야 한다.
재고가 얼마 남았는지를 떠나 세금으로 석유 소비를 부추기는 건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모두가 에너지 풍요의 시대는 끝났다. 라는 엄중한 마인드셋(Mindset)을 가져야 할 때다. 산업계는 산업의 쌀인 나프타(Naphtha) 등 원자재 수급 차질에 대비한 공정 효율화를 서둘러야만 하며, 가계는 에너지 절약에 동참해야 한다. 아울러 중동 외 공급처 다변화와 국내 비축유 추가 확보도 서둘러야만 한다. 준비된 나라만이 위기를 이겨낸다는 인식의 공유가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