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호사유피인사유명(虎死留皮人死留名),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은 생전에 보람 있는 일을 해놓아 후세에 명예를 떨치는 것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때문일까? IT정보화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에도 아기가 태어나면 ‘좋은 이름’, ‘복 있는 이름’을 찾기 위해 작명소가 문전성시를 이룬다.

하지만 이름의 중요함이 어찌 사람뿐이랴? 경주마들의 세계에서도 이름이 갖는 의미가 상당히 크다. 사람은 출생 후 출생신고 기간인 1달 안에 이름을 갖게 된다. 경주마의 경우 생후 1년 동안은 어미마의 이름을 따 ‘아무개의 자마’로 불리다가 1년이 지난 시점에야 마명부여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경주마의 이름은 부모님이 지어줄 수 없으므로 마주가 정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이름을 정하는데도 나름의 규칙이 있어 희망하는 마명이 그대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사람이름 지을 때보다 더 어렵다고도 할 수 있겠다.

엄하디 엄한 「말 등록규정」, 이래도 안돼요, 저래도 안돼요
마명등록규정에 따르면 마명으로 사용할 수 없는 제한규정이 매우 많다. 이를테면 인기 정치인이나 TV스타 등 널리 알려진 공인의 이름(별호 포함)은 물론, 미풍양속을 저해하거나 과거 경주마로 활동했던 마필이름은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름의 글자 수도 제한되어 있다. 한글은 두 글자에서 여섯 글자로 제한되며 외국산마필의 경우 한글로 8자까지 인정된다.

과거 서울경마공원에 ‘부움’이라는 웃지 못 할 마명을 보유한 마필이 있었는데, 이 마필은 외국산 말로 수입 당시 마명이 ‘BOOM’이었다.

한글로 그대로 쓰면 ‘붐’이지만 등록규정상 한 글자로 된 마명을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부움’으로 등록하게 된 것. 이와 함께 회사명, 상품명 등 영리를 위한 광고 선전의 의미를 나타내거나 예술 작품의 제목, 운동경기명 등도 제한받는다. 사람이름처럼 현존하는 국가명도 사용이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사람의 경우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동명이인(同名異人)이 제법 있지만 경주마의 경우 같은 이름이 존재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마명등록규정 상 경주마로 활동했던 마필의 이름은 사용이 철저하게 제한되기 때문인데, 등록규정에서는 ‘기 부여된 마명 또는 유명한 말의 마명과 동일하거나 혼동의 우려가 있는 것’은 마명으로 등록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또한 씨암말로 활동했던 마필은 사망 후 10년, 씨수말로 활동했던 마필은 사망 후 15년간 해당 마명의 이름을 사용할 수 없도록 막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시행되는 대상경주의 우승마의 이름도 사망 후 10년까지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개명이요?... 사람보다 엄격해요.
사람은 본인의 이름 때문에 주위의 놀림거리가 된다면, 혹은 개인 신변상의 사유로 법원에 개명을 신청하면 쉽게 개명할 수 있다.

하지만 경주마의 경우 한번 부여된 마명을 바꾸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규정에서는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경주에 출전하지 않은 말에 한해 1회 마명변경이 가능하도록 제한하고 있지만 여간해서는 ‘불가피함’을 인정받기 힘들다.

한편 경주에 출전했던 이력이 있더라도 경마시행에 심각한 지장이 있을 경우에 한해 바꿀 수 있도록 하고는 있지만 케이스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드물다.

마명, 이보다 재미있을 수 없다.
마명을 가장 많이 부르는 사람들은 바로 경마중계 아나운서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경마중계 아나운서들이 뽑은 재미있는 경주마 이름들은 무엇이 있을까? 아나운서들이 이구동성이로 꼽은 마필의 이름은 ‘아저씨’, ‘아줌마’였다. 두 경주마는 2007년 데뷔해 같은 시기에 서울경마공원에서 현역으로 활동했었던 마필이다.

다행스럽게(?) 한 경주에 편성되어 출전한 적은 없었지만 만약 같은 경주에 출전했다면 “3번마 ‘아저씨’가 10번마 ‘아줌마’를 혼신의 힘을 다해 추격하고 있습니다”라는 경마중계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재미있는 이름들로 ‘앞서’라는 마필도 있었다. 이 ‘앞서’라는 마필이 앞서 달릴 때마다 아나운서는 “5번마 ‘앞서’가 앞서 달리고 있습니다”라고 해야 했으니 아나운서가 재미있는 이름의 마필로 기억 할만하다.

아나운서들이 기억하는 특이한 이름이 또 있다. 바로 발음하기 곤란해 애를 먹었던 마필이름이 그것인데, ‘언어카운티들리’, ‘굿바이브레이션즈’, ‘비니비디비키’ 등이 그것이다.

그냥 부르기에도 힘든 이 이름을 속도가 생명인 경마중계에서 불러대며 진땀을 흘렸을 아나운서들을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12-02-15 00:00:00
기자프로필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최신뉴스더보기
15분도시 부산
한국도로공사_졸음쉼터
BNK경남은행 배너_리뉴얼
부산시설공단
대마도 여행 NINA호
2024_12_30_쿠쿠
기술보증기금
은산해운항공 배너
한국수소산업협회
부산은행
동양야금공업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