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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한 해를 선두 했던 키워드는 바로 ‘복고’다. 이를 대표하는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영화 <써니>는 복고풍의 화려한 영상과 음악을 앞세워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700만 명이라는 놀라운 유료 관객 동원수를 기록했다.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하며 그들의 과거 시대상을 여실히 담아냈던 영화 <써니>는 그저 촌스럽게만 느끼던 ‘옛날 문화’에 대한 세련된 각색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으로도 호평을 받았다. 이는 ‘복고 열풍’이 하나의 트렌드이자 시대를 뛰어 넘어 여러 세대의 문화를 공유하는 연결 고리로 자리 잡았음을 반증한다.
최근 ‘복고’는 다양한 장르와의 접목이 시도되는 등 영역이 넓어지고 있는데 화려한 캐스팅과 탄탄한 스토리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뮤지컬 <롤리폴리>가 대표적이라 말 할 수 있다.
‘롤리폴리’는 대중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온 작품을 제작한 실력파 프로듀서와 뛰어난 연출진의 만남으로 그 완성도에 대한 기대도 큰 만큼 <맘마미아>, <캣츠> 등 다수의 작품을 연기했던 배우 박해미와 뛰어난 가창력의 소유자 장혜진, 그리고 아이돌 복고 열풍의 주역이었던 티아라의 지연, 소연, 효민 등이 출연하면서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뮤지컬 <롤리폴리>의 주인공들은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친구의 익숙한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극 중, 가수가 꿈인 현주, 불량 서클 리더지만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주영, 문학소녀 미자, 거울소녀 영미, 기타를 연주하는 선망의 대상인 오빠 등의 캐릭터는 작품에 현실성을 부여하고 관객들은 이에 빠져든다.
자유분방한 인생을 꿈꿨던 그 시절 소녀들은 ‘롤리폴리 시스터즈’를 결성하게 되면서 더욱 돈독하고 긴밀해지는데 그들은 서로의 우정을 간직하자는 약속의 증표로 추억을 담은 타임캡슐을 교정에 묻는다. 그리고 30년 후, 각기 다른 모습의 삶을 살고 있던 그들은 타임캡슐’ 개봉 3일을 앞둔 어느 날, 멤버 중 한 명이었던 ‘주영’의 죽음을 전해 듣고 한 자리에 모이게 된다. 그곳에서 그들은 과거의 자신을 반추하며 추억에 젖어 든다.
공연이 막받이에 이를수록 관객은 그들에 점점 몰입하며 공감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뮤지컬 <롤리폴리>가 바로 누구나 한번쯤 가져봤을 법한 어린 시절의 환상과 성인이 된 지금의 현실을 솔직하게 풀어내며 과거도, 현재도 삶의 한 부분으로써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을 담백하게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롤리폴리’는 눈을 뗼 수 없는 경쾌한 안무, 음악과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인데 70-80년대를 주름잡은 마돈나의 ‘Like a virgin’, ‘런던나이트(London night)’, ‘로코모션(Loco-motion)’, ‘핫 스터프(Hot stuff)’ 등의 팝송을 선보이므로써 작품의 감동과 재미를 더하고 있다.
■ 복고의 재해석, 세대의 소통과 이해
영화 <써니>와 뮤지컬 <롤리폴리>의 공통점은 그저 ‘복고’를 ‘옛 것’으로만 정의 내리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기성 세대에게는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며 과거를 회상하고 추억에 감사하는 순간을 주는가 하면 그들을 바라보는 현 세대에게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청춘의 소중한 페이지를 선물한다.
흔히 ‘과거의 모양새로 돌아가다’라는 의미로 ‘복고’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데 이 ‘복고 열풍’이 가지는 한계는 필연적일 수 있다. 지금의 사회, 문화적 영역은 빠른 속도로 변모해 가고 그 형태의 차이가 크기 때문인데 이는 세대의 결합보다는 단절을 낳았고 소비가 많은 세대가 시대의 문화적 흐름의 우위를 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써니>, <롤리폴리>로 이어지는 ‘복고 열풍’의 가장 큰 가치는 이분되고 있던 문화적 형태의 공유를 이끌어내며 전 세대를 아울러 함께 웃고 즐기고 공감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게 했다는데 있다.
이번 뮤지컬 <롤리폴리>는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 대도시 투어 예정이다. 부산에서는 오는 △3월 10일(토) 오후 4시, 8시 △11일(일) 3시, 7시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이틀 동안 진행 될 예정이다. 청춘(靑春)의 녹음을 닮은 봄이 다가오는 3월, 뮤지컬 <롤리폴리>를 통해 아련한 추억과 마주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