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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호르무즈의 경고, '설거지'는 동맹의 몫인가
  • 기사등록 2026-04-01 16:38:12
  • 기사수정 2026-04-01 16:5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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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우(대진대학교 국제경영학과 교수)

트럼프의 '셀프 종전' 선언과 방관하는 동맹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만간 이란 전쟁을 매듭짓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의 논리는 명쾌하면서도 냉혹하다. "미국이 왜 타국을 위해 피와 돈을 흘려야 하는가? 정작 에너지 안보가 시급한 쪽은 한국, 일본, 대만 같은 동맹국들이다. 무임승차는 끝났다. 이제 너희가 알아서 하라." 이것이 현재 미국이 동맹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이 주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정의는 결국 '힘의 논리'에 의해 규정된다. 전략적 요충지에서 발을 빼겠다는 미국의 선언 앞에서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극히 제한적이다. 타협은 없다. 생존이 걸린 '도 아니면 모'의 상황이다.


에너지 안보의 아킬레스건, 호르무즈 해협


대한민국은 원유의 100%를 수입에 의존하며, 그중 7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일본과 대만의 사정은 더욱 절박하다. 개전 후 한 달 넘게 원유 수입이 중단된 지금, 우리에게 남은 비축유는 5개월 분량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는 수치상의 기록일 뿐이다. 군사적 비상 상황을 대비해야 하는 국가 특성상, 실제 산업과 민생에 투입할 수 있는 유류는 길어야 한두 달이면 바닥을 드러낼 것이다.

이미 글로벌 에너지 위기는 현실화되었다. 일부 국가에서는 학교 등교조차 중단됐다. 우리나라는 전기 생산의 절반가량을 화력 발전에 의존한다. 원자력과 재생에너지가 버티고 있다 해도, 원유 공급 중단은 곧 국가 시스템의 '올 스톱'을 의미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산업의 뿌리인 석유화학이다. 가전, 자동차, 심지어 라면 봉지에 이르기까지 현대 문명의 필수품인 플라스틱의 원료 '나프타'는 원유에서 나온다. 원유가 끊기면 대한민국 산업 전체가 마비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AI생성 이미지(제미나이 제작)

변해버린 전황과 이란의 패권 인정


이번 전쟁은 과거 미국이 치렀던 여타 전쟁들과 궤를 달리한다. 이란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과거 몽골 제국조차 정면충돌을 피했던 페르시아의 후예들이 이란이다. 현재 전황은 미국에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트럼프가 서둘러 종전을 언급하는 사이, 이란 의회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세 징수를 의결했다.

비록 국제법적 근거는 희박하나, 전쟁의 승자가 곧 법인 국제 정세 속에서 법리는 무용지물이다. 결국 페르시아만 일대의 패권이 이란의 손으로 넘어갔음을 상징한다. 미국은 자신들이 촉발한 전쟁의 뒤처리를 동맹국에 떠넘기며 실익만을 챙겨 회군하려 한다. 군함을 보내지 않고 눈치만 보던 동맹국들에 '통행세 독박'이라는 청구서를 내민 셈이다.


미국의 실리와 한국 경제의 사면초가


미국은 세계 1위 산유국이다. 고유가는 오히려 미국 경제에 호재로 작용하며, 38조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 부채를 상쇄하는 도구가 된다. 이란 역시 중동 석유 점유율과 막대한 통행세 수입을 통해 경제 부흥을 꾀할 것이다.

반면 한국의 미래는 암담하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통행세가 부과되는 한 원유가는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산 원유는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문제로, 미국과 캐나다산 원유는 정치적 역관계로 인해 확보가 쉽지 않다. 특히 미국의 지원 요청을 외면했던 한국에 미국이 순순히 에너지를 내줄 리 만무하다.

치솟는 에너지 가격은 이미 1,500원을 넘어선 환율에 기름을 붓고 있다. 통화 스와프 등 금융 안전망이 절실하지만, 미국의 협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에너지, 전력, 원자재, 그리고 환율까지.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과 혈관을 모두 미국이 쥐고 흔드는 형국이다. 우리는 지금, 동맹의 가치와 국익의 무게를 다시금 뼈아프게 질문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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