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봉(본지 회장)국내 근로자의 1/4 가짜 노동자다. 최근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근로자 1200명 대상 설문에 직급이 높을수록 가짜 노동이 많다는 조사와 통계가 우리 일터의 민낯으로 과히 충격적이다. 직장인들에게 바쁘다는 말은 인사치레이자 훈장과 같다. 그 분주함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기묘한 불균형이 발견된다.
우리나라 근로자 4명 중 1명은 사실상 놀고 있으며 주당 평균 44시간의 근무 시간 중 무려 10시간을 업무와 무관한 일에 쏟고 있다는 것이다. 출근은 했지만 일을 하지 않는 가짜 노동자로 인해 국력을 잠식하고 있다.
주 44시간 근무 체계에서 10시간이면 전체 노동시간의 23%를 불필요한 웹서핑, 혹은 ‘일하는 척’하는 형식적인 문서 작성에 허비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단순히 개인의 나태함을 탓하기엔 이 현상이 너무나 구조적이다.
성과보다 ‘자리를 지키는 시간’을 근면함의 척도로 삼는 우리나라 조직문화의 속성이 상사의 눈치를 보며 퇴근을 미루는 인내의 시간이 근로자는 자연스럽게 가짜 노동의 유혹에 빠지게 되며 에너지는 소모되는 반면 생산성은 제로가 된다. 따라서 소모적인 에너지는 경쟁에서 지게 된다.
가짜의 성역은 직급이 높을수록 노동의 비중이 커진다는 사실이다. 실무의 최전선에서 발을 동구르는 사원보다 결정권을 쥔 관리직급에서 이러한 현상은 두드러진다. 권한은 많고 책임은 모호해질 때 관리자들은 회의를 위한 회의를 소집하거나 불필요한 간섭과 보고 형식을 강조하며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하려 든다.
부하직원의 시간을 빼앗는 ‘의전형 노동’이나 실효성 없는 장기 프로젝트 남발은 조직 전체의 효율성을 갉아 먹는 치명적인 가짜 노동이다. 고숙련 인력이 가짜 노동에 침잠해 있다는 것은 기업과 국가적 차원에서도 심각한 인적 낭비이다. 보여주기식 문화에서 밀도 있는 휴식으로 얼마나 오래 앉아 있었는가가 아니라 실제로 어떤 가치를 만들었나 따져야 한다.
가짜 노동은 노동자를 기만하고 기업을 병들게 한다. 근로자의날 휴일의 의미는 주 10시간의 가짜 노동을 걷어 내고 진정한 몰입이나 완전한 휴식으로 채울 때 비로소 노동의 가치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선진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를 보라. 근무 시간은 나의 시간이 아닌 회사에 고용된 시간으로 생리적인 문제를 제외하곤 몰입과 정성으로 근무하고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고비용 저효율로 뒤처지는 작업환경과 문화를 극복하고 근무 시간은 양이 아닌 결과물로 평가하는 시스템으로 정착되어야 한다. 보다나은 우리의 삶을 위해 가짜를 밀어내고 진짜를 성과와 휴식에 집중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