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제신문 편집국
수필가 이정자히말라야 빙하가 붕괴하면서 네팔·중국 티베트 접경을 덮친 대홍수는 인류사적 위기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일상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하며 탄소를 배출하는 인류의 활동이 기후변화를 가져와 재앙에 가까운 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것이다. 올여름 우리나라의 200년 만의 물 폭탄은 내년에는 201년 만의 물 폭탄이 되고, 폭염→가뭄→호우가 이어지는 이례적 연쇄 기후재난이 더는 이례적이지 않게 될 수 있는 것이다.
네팔 빙하 참사는 시작에 불과하다…
눈 덮인 거대한 산봉우리가 굉음과 함께 무너져 내리는 영상은 마치 재난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하지만 이것은 컴퓨터 그래픽이 아니라, 인류가 100년 넘게 뿜어낸 온실가스가 만들어 낸 섬뜩한 현실이다. 최근 네팔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들이닥친 돌발 홍수는 화석연료에 중독된 인류를 향해 자연이 던진 명백한 경고장이다.
뜨거워진 지구가 산 정상의 얼음을 녹였고, 그 물이 갇혀 있던 호수 벽을 무너뜨리며 평화롭던 산곡 마을을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안타까운 희생에 가슴이 아프지만, 전 세계 기후 과학자들의 냉정한 진단서를 펼쳐보면 슬픔에만 잠겨 있을 여유조차 없다. 이번 네팔 참사는 우리가 곧 맞닥뜨릴 전 지구적 기후 재앙의 아주 작은 서막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쏘아 올린 열기가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곳곳의 임계점(臨界點)을 속절없이 무너뜨리고 있다.
가장 먼저 재앙의 초읽기에 들어간 곳은 알래스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알래스카 배리 암(Barry Arm) 빙하 지대에서 향후 수십 년 내에 5억 세제곱미터 규모의 거대한 산사태가 일어날 확률을 매우 높게 경고하고 있다. 여기서 300m 메가 쓰나미가 가능하다는 과학적 근거는 피오르드 지형의 특수성에 있다. 폭이 좁고 가파른 U자형 계곡에 수억 톤의 빙하와 암반이 추락하면, 갇힌 물의 에너지가 분산되지 못하고 수직으로 치솟는다.
최신 기후 모델들은 21세기 중반 내에 이 순환계가 붕괴할 위험성을 엄중히 경고하고 있다. 해류가 멈추면 북유럽에는 빙하기 급 한파가 몰아치고,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몬순 기후가 교란되어 전 지구적인 식량 파동이 일어난다. 네팔에서 전해진 비극은 결코 먼 나라의 안타까운 뉴스가 아니다.
알래스카의 300m 메가 쓰나미, 남극의 빙벽 연쇄 붕괴, 그리고 그린란드발 기후 심장 마비는 결국 우리가 발 딛고 사는 해안 도시와 우리의 식탁,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내일로 밀려올 거대한 파도다.
우리는 수천 년간 안정적인 기후라는 든든한 방파제 덕분에 찬란한 문명을 이룩하고 평범한 일상을 누려왔다. 온실가스라는 우리의 탐욕이 그 방파제를 제 손으로 허물고 있는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공포에 질린 체념이 아니라 지금 당장 행동하면 최악을 막을 수 있다는 절박한 연대다. 무너져 내린 네팔의 빙하가 우리 모두의 가슴에 뼈아픈 질문을 던지고 있다.
자연이 내미는 파국의 청구서를 고스란히 물려줄 것인가, 아니면 오늘 당장 탄소의 굴레를 끊어낼 것인가.
아시아 고산지대에 흩어져 있는 약 9만6000개의 빙하가 빠르게 녹아내리면서 거대한 시한폭탄으로 변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지난 26일 네팔과 중국 티베트 접경지역을 덮친 대홍수 역시 거대한 빙하와 암석이 붕괴하면서 촉발된 것으로 분석되면서 기후변화가 히말라야 산악지역의 재난 지형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빙하는 눈과 얼음을 저장했다가 건기에 천천히 녹여 강으로 흘려보내는 천연 저수지 역할을 해 왔다. 빙하가 사라진다는 건 건기에 공급할 물도 함께 줄어드는 걸 의미한다
결국 아시아 고산지대의 빙하 위기는 단기적으로는 너무 많은 물, 장기적으로는 너무 적은 물이라는 정반대의 위험을 동시에 만들어 낸다.
세계기상기구(WMO)도 빙하 소실이 돌발 홍수와 산사태 같은 재난 위험을 높이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하천 유량과 수자원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