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제신문 편집국
칼럼리스트 이학춘 (동아대 명예교수)
부산 북항친수공원 인공수로에 나타난 3.5m 상어 ‘부캉이’가 열흘 넘게 머물고 있다. 추석 연휴 전후로 약 57만 명이 찾은 부산의 명물이 됐다. 그런데 당국은 1차 유도 작전이 실패하자 다음 달 초 그물망을 쓰는 2차 작전을 예고했다.
상어가 한 바다에 오래 머무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미국 연구팀 Feldheim 등(2014)은 바하마 비미니 바다의 레몬상어를 20년간 유전자로 추적했다. 쉽게 말해 새끼들의 DNA를 해마다 모아 어미와 딸의 관계를 맞춰 본 것이다. 1990년대 중반에 태어난 암컷 최소 6마리가 14~17년 뒤 자신이 태어난 바다로 돌아와 새끼를 낳았다. 상어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처음 직접 확인한 연구다. 일부 암컷은 거의 20년간 같은 곳에서 출산했고, 다른 바다를 섞어 쓰지 않았다. 상어에게 태어난 바다는 스쳐 가는 곳이 아니라 평생 돌아오는 ‘고향’인 셈이다.
물론 부캉이가 이런 경우라는 증거는 아직 없다. 종, 성별, 성숙도, 이곳이 고향인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모른다는 사실이 쫓아내도 된다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이유를 모른 채 밀어내면 유도가 실패하거나 상어에게 스트레스만 줄 수 있다. 부산시도 지나친 자극이 상어의 충돌과 건강 악화를 부를 수 있다는 전문가 조언 때문에 1차 작전을 중단했다.
'상어 출산 귀향 본능 무시하는 부산, ‘야만도시’ 오명 자초하나' 인포그래픽.더 큰 걱정은 도시 이미지다. 전 세계가 이 상어를 지켜보고 있다. 시민이 “그냥 두자”고 하는 상어를 그물로 몰아내는 장면이 퍼지면, 부산이 내세워 온 ‘해양생태도시’ 이미지가 흔들릴 수 있다. 생명을 쫓아낸 도시라는 ‘야만도시’ 오명이 번지면 관광객이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대로 상어를 이해하고 함께 지켜보는 도시가 되면 부캉이는 부산의 큰 자산이 된다.
해법은 서두르지 않는 것이다. 종과 성별부터 확인하고, 먹이 활동과 움직임을 관찰해야 한다. 시민이 먹이를 주지 못하게 막고, 유도 방식은 전문가와 다시 설계해야 한다. 상어의 귀향 습성을 존중하는 도시, 그것이 부산이 세계에 보여줄 얼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