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칼럼] 바다의 끝에서 대륙의 시작으로: 부산의 ‘미싱 링크’를 찾아서
  • 기사등록 2026-05-13 16:55:25
  • 기사수정 2026-05-13 17:29:56
기사수정
  1. 지방선거를 앞둔 부산의 도심은 ‘해양수도’라는 구호로 뜨겁습니다. 북극항로 개척과 HMM 본사 유치 등 바다를 향한 청사진이 선거판을 수놓고 있습니다. 항구도시 부산에게 바다는 숙명이자 기회의 땅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지난 5월 5일, 수영로교회 통일비전학교 일행과 함께 찾은 남포동 유라리광장에서 나는 우리 부산의 미래가 바다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위에서 반시계 방향)①유라리광장에 모인 수영로교회 통일비전학교 일행들. ②표지석 받침에는 유라리광장 지명 유래가 적혀 있다. ③롯데백화점 광복점 앞 노상에는 국도 7호선 시점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유라시아의 심장, 부산의 지정학적 재발견


유럽(EU)과 아시아(Asia)가 만나 사람이 모여 즐긴다(里)는 뜻을 담은 ‘유라리광장’. 이곳은 단순한 해안 산책로가 아닙니다. 인근에는 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AH6)의 출발지인 국도 7호선 시점 표지판이 당당히 서 있습니다. 일본 도쿄에서 시작해 부산을 거쳐야만 대륙으로 향할 수 있는 1호선(AH1) 역시 부산을 기점으로 삼습니다.

이미 90년 전인 1936년, 마라토너 손기정 선수는 이 길의 가능성을 증명했습니다. 당시 베를린 하계올림픽 출전을 위해 그는 배가 아닌 기차를 택했습니다. 일본 도쿄에서 출발, 부산역에서 철도로 갈아타고 만주와 시베리아를 횡단해 14일 만에 베를린에 닿았습니다. 한 달 이상 걸리는 뱃길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인 대륙 횡단의 시대를 그는 이미 온몸으로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좌측)손기정 선수 도쿄~베를린 열차 승차권. 일본 도쿄에서 열차로 후쿠오카에 도착, 배로 부산항에 입항한 후 부산역에서 서울~평양~신의주를 거쳐 만주와 시베리아를 횡단해 독일 베를린에 입성했다. 부산 영문지명이 FUSAN으로 표기돼 있다.
(우측)북한의 '통일 지우기가 평양 지하철 역명까지 바꾸어 놓았다. '통일역'이란 역명이 한때 지워졌다가 최근에는 모란봉역으로 바뀌었다.
통일, 경제적 ‘잭팟’이자 역사의 당위성


최근 북한은 평양 지하철 ‘통일역’의 이름을 ‘모란봉역’으로 바꾸고 ‘통일’이라는 단어를 지우기에 급급합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대한민국과의 체제 경쟁에서 패배했음을 자인하는 공포의 표현입니다. 북한 동포들이 K-드라마와 USB에 담긴 자유의 소식에 눈을 뜨는 사이, 김정은 위원장은 권력 세습과 건강 이상설 속에서 핵무기라는 위태로운 밧줄에 매달려 있습니다.

만약 남북의 군사분계선이 뚫린다면, 부산은 단순히 대한민국 남단의 항구도시가 아니라 유라시아 대륙의 시·종점으로 거듭납니다. 가덕도신공항의 ‘공중’, 부산항의 ‘해상’, 그리고 유라시아 철도의 ‘육상’이 만나는 세계 유일의 트라이포트(Tri-Port) 물류 허브가 완성되는 것입니다.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노동력과 자원이 합쳐진다면 'G2 국가'로의 도약은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닙니다.


잊힌 영령들이 묻는 부산의 미래


일행과 함께 찾은 대연동 UN기념공원에는 자유를 위해 산화한 11개국 2,300여 기의 영령이 잠들어 있습니다. 최근 설립된 'UN후손장학재단'에 동참하며 느낀 소회는 남달랐습니다. 그들이 지켜낸 이 땅의 가치는 결국 평화로운 통일로 완성되어야 합니다. 거제도 포로수용소의 비극적인 역사를 되새기며, 우리는 다시는 이 땅에 총성이 울리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당장의 표를 위한 ‘항로 개발’에만 매몰된 지도자가 아닙니다. 바다 너머 대륙을 향한 웅지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혜안을 가진 지도자입니다. 부산의 미래를 바다라는 닫힌 세계가 아닌, 유라시아 대륙이라는 열린 세계로 연결할 청사진이 절실합니다.


AI생성 이미지낭만의 철도 여행을 기다리며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습니다. 혹독한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봄이 오듯, 우리의 기도와 준비가 계속된다면 통일의 문도 예고 없이 열릴 것입니다. 90년 전 손기정 선생님이 품었던 그 장대한 꿈을 이어받아, 부산에서 기차표를 끊어 평양과 신의주를 거쳐 베를린까지 나아가는 낭만의 시대가 속히 오기를 학수고대합니다. 부산은 더 이상 대륙의 끝이 아닙니다. 유라시아의 당당한 시작입니다.


*(용어 해설)미싱 링크(Missing Link)직역하면 '잃어버린 고리'라는 뜻. 최근에는 물류나 교통망, 네트워크 인프라에서 전체 망은 거의 구축되었으나 특정 구간이 단절되어 제 기능을 못 하는 상태를 말할 때 더 자주 쓰입니다.

이상철(본지 인터넷신문 편집장)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6-05-13 16:55:25
기자프로필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고리원자력본부
부산광역시교육청_260130
2026 02 06 부산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
한국전력공사 부산울산본부
부산경제진흥원
부산시설공단
부산교통공사 새해인사 배너
부산환경공단
BNK경남은행 리뉴얼
한국전력공사_4월_변전소나들이
최신뉴스더보기
대마도 여행 NINA호
2024_12_30_쿠쿠
한국수소산업협회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