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제신문 편집국
류승훈(남부소방서장)자동차 안에는 생각보다 많은 대비책이 있다. 사고에 대비한 보험, 충돌에 대비한 에어백, 운행 편의를 위한 내비게이션까지. 그러나 정작 화재가 났을 때 운전자가 직접 대응할 수 있는 장비가 차 안에 있는지는 쉽게 간과한다. 차량용 소화기는 이제 선택 사항이 아니라 도로 위에서 반드시 갖춰야 할 기본 안전장치다.
2024년 12월 1일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에도 차량용 소화기 설치·비치 의무가 확대됐다. 새로 제작·수입·판매되거나 소유권이 이전돼 등록되는 차량부터 적용되며, 기존 등록 차량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차량화재의 위험까지 비켜가는 것은 아니다. 제도의 사각지대가 안전의 사각지대가 되지 않도록 운전자 스스로 차 안의 소화기를 확인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차량화재의 승부는 초기에 갈린다. 좁은 공간 안에 연료와 배터리, 전기배선, 각종 내장재가 밀집해 있어 불이 붙으면 짧은 시간 안에 차량 전체로 번질 수 있다. 특히 고속도로나 외곽도로처럼 소방력 도착에 시간이 걸리는 장소에서는 초기 몇 분이 피해 규모를 가른다. 그 순간 운전자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장비가 바로 차량용 소화기다.
AI생성 이미지구매할 때는 반드시 용기 표면의 '자동차 겸용' 표시를 확인해야 한다. 차량용 소화기는 주행 중 발생하는 진동과 차량 내부의 급격한 온도 변화 등을 견딜 수 있도록 성능이 검증된 제품이어야 한다. '자동차 겸용'이 없는 일반 소화기나 에어로졸식 소화용구는 법정 차량용 소화기로 인정되지 않으므로, 가격보다 먼저 인증 표시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비치 장소도 중요하다. 트렁크 깊숙한 곳이나 짐 아래 넣어둔 소화기는 위급한 순간 제때 꺼내기 어렵다. 운전자나 동승자가 바로 꺼낼 수 있는 위치에 두고 사용법도 미리 익혀둬야 한다. 차량용 소화기의 가치는 '보유'가 아니라 '즉시 사용'에서 나온다.
차량용 소화기 의무화는 단순한 규제 강화가 아니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불행 앞에서 운전자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최소한의 대응 수단을 갖추자는 의미다. 지금 차 안에 '자동차 겸용' 소화기 한 대가 손 닿는 곳에 있는지 확인해보자. 그 작은 실천이 나와 내 가족, 그리고 도로 위 이웃의 안전을 지키는 가장 확실하고도 실효성 있는 준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