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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세계 최초로 인도한 천연가스추진방식LNG운반선.(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
대우조선해양이 채권자들의 채무 재조정안 동의로 자율구조조정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경영정상화에 성공하기까지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일단 대우조선은 다음달 초부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신규자금 2조 9000억원을 추가로 지원받게 돼 자금운용의 여력이 생겼다.
하지만 부실기업에 수조원의 국민혈세를 쏟아 붓는데 대한 국민적 반감이 큰데다, 국민연금공단 등 10여개의 기관투자자들이 분식회계로 입은 손해에 대해 무더기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 역시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위기 넘긴 대우조선, 경영정상화 속도 낸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20일 창원지법 통영지원에 회사채 채무재조정안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정부의 채무 재조정안은 4월 21일부터 2019년 4월까지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총 1조 3500억원에 대해 50%는 주식으로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절반은 만기를 3년 연장해주는 내용이다.
정부의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안은 지난 17~18일 대우조선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총 5차례의 사채권자 집회에서 참석 채권액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 모두 가결됐다. 19일에는 대우조선이 2018년 4월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어음 총 2000억원에 대해 기업어음(CP) 보유자들의 동의를 받아냈다.
지난해 사채권자 집회를 진행했던 현대상선이 일주일 만에 법원 인가를 받은 점을 고려할 때 대우조선 채무조정 인가는 1∼2주일 걸릴 전망이다.
법원 인가가 나더라도 추가로 일주일간 사채권자의 항고가 없어야 채무 재조정안이 최종적으로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금융당국은 5월 초부터 대우조선에 2조 9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로써 정부는 대우조선 회생을 위해 지난 2015년 10월 4조 2000억원을 지원한데 이어 이번 신규지원까지 더하면 총 7조 1000억원을 투입하게 된다.
대우조선은 사실상 채무 재조정안이 통과된 만큼 경영정상화에 매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지난 18일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 재조정안이 가결된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어려운 결단에 감사드린다”며 “빠른 정상화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올해 원가경쟁력 제고 등 신규수주를 통해 흑자전환을 이루겠다는 포부다. 지난 3월말 기준 대우조선의 수주잔량은 106척을 기록 중이다.
대우조선은 이와 함께 금융당국이 신규자금 지원 전제조건으로 내건 구조조정 자구노력을 이행 중이다. 모든 임직원의 임금반납과 무급휴직 등을 통한 인건비 25% 감축과 직영인력을 내년 상반기까지 9000명 이하로 감축, 옥포·옥림단지, 오션플라자 등 내년 말까지 자회사 조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연금, 부실기업 지원 논란 후폭풍 거세
사실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안이 채권자 동의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국민연금의 역할이 컸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사채권자집회를 하루 앞둔 지난 16일 채무조정안에 찬성하는 서면결의서를 제출했고, 다른 기관투자자들도 찬성표를 던지면서 무난히 통과됐다. 대우조선 회사채를 보유한 기관투자자는 총 32곳으로, 국민연금은 이중 29% 가량인 3900억원을 보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국민의 노후자금을 부실기업 지원에 사용하는데 대해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국민연금은 10여개 기관투자자들과 함께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에 대우조선을 상대로 분식회계에 따른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대우조선 회사채 규모는 3887억원으로, 추후 실질적 손해가 산정되면 소송 규모는 수천억원대에 육박할 전망이다. 때문에 국민연금이 회사채 투자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은 추후 민사법상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업무상 배임 등)의 소지를 없애기 위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제기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대우조선이 회생의 기회를 잡았지만 조기 경영정상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전세계 조선업황 회복이 예상보다 더딜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대우조선이 얼마만큼 부실을 털어 내고 신규수주를 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