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제신문 편집국
최재원 (정책학 박사)
매년 여름이면 지리산 권역에 쏟아지는 호우를 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굽이치는 계곡을 따라 흘러내린 맑고 깨끗한 1급수들이 고스란히 바다로 버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가적으로 첨단 산업 육성이라는 메가 프로젝트가 추진되면서 수자원과 전력 확보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이제는 그저 비가 오면 바다로 흘려보내던 과거의 수동적인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물은 곧 생명이며, 산업의 혈관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실질적인 대안을 실행할 때다. 그 중심에 ‘산청(덕산)댐’이 있다.
첫째, 산청댐은 기후위기 시대에 남강댐의 안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다. 갈수록 극단적으로 변하는 이상기후 속에서 기존 남강댐의 홍수조절 능력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높이 100m, 총 저수용량 8억톤 규모로 산청댐이 덕천강 입덕문에 건설된다면, 폭우 시 남강댐으로 향하는 수압과 수량을 근본적으로 덜어주는 '방패' 역할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총저수량 3억 9백만 톤의 남강댐보다 2배 이상의 빗물을 저장할 수 있고 방출 시간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청댐은 경남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재해 예방책이다.
둘째, 버려지는 물을 모으면 부산·경남의 고질적인 식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 우리가 매년 사천만(5억 1천만 톤)과 남강(4억 7천만 톤)을 통해 바다로 버리는 물의 양은 무려 9억 8천만 톤에 달한다. 반면, 부산(3억 7천만 톤), 동부 경남(2억 톤), 서부 경남(1억 3천만 톤)이 필요로 하는 연평균 식수량은 7억 톤으로 추산된다.
버려지는 물만 제대로 모아서 관리하면, 경남·부산 전체가 먹을 수 있다. 단적인 예로, 2025년 7월 19일 산청댐 후보지 일대에 3일 동안 내린 1억 9천만 톤(유역면적 247.86㎢ × 770mm)의 빗물이 단 한 방울도 활용되지 못하고 사천만으로 버려졌다. 그냥 버려진 것이 아니다. 사천 가화천 지역의 농경지 침수와 사천만 양식장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맑은 지리산 생수를 상류에서 원천 확보하는 식수댐 건설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당면 과제다.
산청(덕산)댐 조성 관련 인포그래픽 셋째, 다목적댐을 통한 전력 생산으로 지역 산업단지의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산청댐은 단순한 식수댐, 홍수조절댐에 머물지 않는다. 덕천강으로 흐르는 물을 활용한 수력 발전은 주변 지역에 막대한 친환경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여기서 생산되는 막대한 전력은 산청이나 진주 지역 공단에 직접 공급되어 지역 기업들의 전력 비용 부담을 덜고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실질적인 자원이 될 것이다.
넷째, 풍부한 수자원과 전력은 'AI 데이터센터 및 반도체 기업' 유치의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은 본질적으로 막대한 전력과 열을 식혀줄 풍부한 공업용수를 필요로 한다.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 유치전이 치열한 가운데, 수자원과 자체 전력망을 동시에 갖춘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산청댐 건설은 산청과 진주 일대를 미래 첨단 산업을 유치할 수 있는 전국 최고의 '최적지'로 탈바꿈시키는 혁신적인 인프라 투자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산청댐은 서부 경남 발전의 원동력이자 35년 숙원의 밑그림을 완성하는 화룡점정이다. 댐 건설은 수몰 지역 주민들의 아픔을 수반하지만, 시천면과 삼장면을 아우르는 지역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그 결실을 산청지역 전체의 확실한 경제적 보상과 발전으로 되돌려 주어야 한다.
답은 언제나 탁상공론이 아닌 현장에 있다. 흘려버린 물을 바라보며 아까워만 할 것이 아니라, 이를 그릇에 담아 미래의 부(富)로 바꾸는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 산청댐 건설을 향한 여론을 다시 모으고, 서부 경남의 100년 미래를 위한 위대한 도전을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