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제신문 편집국
최재원(정책학 박사)물은 생명의 원천입니다. 인류의 역사도, 문명의 발전도 언제나 물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사람은 물 없이 살 수 없고, 깨끗한 물은 인간의 기본적인 삶의 조건입니다.
유엔은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물의 중요성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산업화는 빠르게 진행되면서 세계 곳곳에서 물 부족과 수질 오염이 심각해지고 있었습니다. 깨끗한 물이 부족해지면 인간의 건강은 물론 생태계와 경제까지 위협받게 됩니다. 이러한 위기의식 속에서 유엔은 인류가 물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는 공동의 메시지를 세계에 던졌습니다.
유엔은 이후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공동의 목표인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제시했습니다. 이 목표 가운데 여섯 번째 목표(SDGs 6)가 바로 “깨끗한 물과 위생(Clean Water and Sanitation)”입니다. 이 목표의 핵심은 분명합니다. 모든 사람이 깨끗한 물을 사용하고, 위생적인 생활환경을 누리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인간의 생명과 존엄을 지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권리에 관한 선언입니다. SDGs 6이 말하는 가치는 매우 단순하면서도 보편적입니다. "누구나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어야 하고, 누구나 위생적인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국제사회에 여러 실천 과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째, 깨끗한 식수공급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깨끗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노력하자는 것입니다.
둘째, 위생시설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깨끗한 화장실과 기본적인 위생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셋째, 수질오염을 줄이는 것입니다. 공장 폐수나 생활하수로 인해 강과 바다가 오염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합니다.
넷째, 물 사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농업과 산업, 생활 전반에서 물을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다섯째, 하천과 습지 등 물 생태계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강과 호수, 습지, 지하수는 인간만의 자원이 아니라 미래 세대의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여섯째, 국가와 지역 간 협력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물 문제는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협력과 연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처럼 유엔이 제시한 SDGs 6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인류가 함께 실천해야 할 보편적인 가치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이 가치 앞에서 어떤 현실에 서 있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지리산의 맑은물' 관련 인포그래픽.우리 지역의 현실을 보면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우리나라 최악의 낙동강 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낙동강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산업과 도시가 밀집된 유역을 지나면서 수질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강입니다. 많은 국민들이 여전히 물에 대한 불안과 걱정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반면, 또 다른 한쪽에서는 지리산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이 그대로 사천만 바다로 버리고 있습니다. 지리산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생태의 보고이며, 수려한 자연환경을 가진 산입니다. 이 산에서 시작되는 물은 맑고 깨끗한 자연의 자산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떻습니까. 동부 경남과 부산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수질 논란이 반복되는 낙동강 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지리산의 맑은 물은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 채 바다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매우 비합리적입니다. 물은 특정 지역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물은 생명을 위한 공공 자원이며, 모두가 함께 누려야 할 자산입니다. 유엔이 강조하는 SDGs의 정신 역시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깨끗한 물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리산의 맑은 물을 활용해 부산과 경남 주민들에게 보다 안전하고 깨끗한 식수를 공급하는 문제는 단순한 지역 개발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공공정책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그대로 두면 지리산의 맑은 물은 계속 바다로 흘러갈 것입니다. 그리고 많은 국민은 여전히 물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혜를 모은다면 다른 선택도 가능합니다.
지리산의 깨끗한 물을 합리적으로 관리하고, 필요한 지역에 공급하여 더 많은 국민이 안전한 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어느 한 지역의 이익을 위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은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문제입니다. 또한, 환경을 지키면서도 물을 지속가능하게 이용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야말로 SDGs가 강조하는 지속가능성의 정신이기도 합니다.
지리산은 우리 모두의 자산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물 역시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한 자산입니다. 깨끗한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일은 앞으로 더욱 중요한 국가 과제가 될 것입니다. 기후변화와 환경 변화가 심화되는 시대에 물은 곧 국가 경쟁력이며 국민의 생명선이 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시각으로 물 정책을 바라봐야 합니다. 지리산의 맑은 물을 부산과 경남 주민들이 함께 나누는 일, 그것은 단순한 물 공급 사업이 아니라 생명과 환경,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한 선택입니다.
우리는 다시 한번 물의 가치를 생각해야 합니다. 물은 자연이 우리에게 준 가장 소중한 선물입니다. 그리고 그 선물을 어떻게 나누고 지켜갈 것인지는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지리산의 맑은 물이 더 많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물이 되기를 바랍니다. 부산과 경남의 주민들이 더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바로 세계 물의 날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이며, 유엔이 말하는 지속가능한 미래로 가는 길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