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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주택용 소방시설,‘불이 나도 살아남는 집의 비밀’ 부산남부소방서 김태희 소방교 2025-11-18 00:33:35

부산남부소방서 김태희 소방교화재는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온다. 불씨가 눈에 띄지도 않는 틈에 맺히고 그 침묵은 언제나 짧다. 몇 분이면 불길이 구조물을 타고 번지기 시작하며, 몇 초면 연기가 방안을 가득 메운다. 소방관으로 일하며 가장 자주 듣는 말은 “설마 이렇게 빨리 번질 줄 몰랐습니다”라는 후회 섞인 탄식이다. 그러나 최근, 이런 탄식은 조금씩 줄고 있다. 그 이유는 의외로 크지 않다. 집 한쪽 천장에 붙어 있는 감지기 하나, 거실 구석에 놓은 소화기 하나가 그 변화를 이끌고 있다. 바로 ‘주택용 소방시설’이다. 


지난해 2월 오후 8시경, 우리 서 관할 내 한 주택의 주방에서 발생한 화재는 주택용 소방시설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시킨 사례다. 잠시 자리를 비운 거주자는 불길을 직접 보기 전에 단독경보형 감지기의 경보음을 들었고, 즉시 119에 신고해 소방대가 초기 단계에서 화재를 진압할 수 있었다. 감지기가 없었다면 화재는 더 큰 피해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았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거실에 비치된 소형 소화기가 큰 힘을 발휘했다. 초기 불꽃이 번지기 전 소화기를 이용해 곧바로 진화에 성공했다. 소방대 도착 전 자체 진화가 이루어진 덕분에 재산 피해 또한 최소화되었다. 이런 사례들은 비단 통계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생명을 구하고 있는 현장의 기록이다. 


주택용 소방시설은 설치만 해두고 관심을 끊으면 그 의미가 퇴색된다. 감지기는 배터리가 방전되어 있지 않은지, 테스트 버튼을 눌렀을 때 정상적으로 경보가 울리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몇 초면 끝나는 과정이지만, 생명과 직접 연결된다. 소화기 역시 마찬가지다. 집안 깊숙한 곳이나 높은 선반 위가 아니라, 누구라도 한 손 뻗어 즉시 잡을 수 있는 위치에 놓여 있어야 한다. 물건 너머에 가려져 있거나, 압력계가 적정 범위를 벗어난 소화기는 위기 상황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주택용 소방시설의 가치는 ‘항상 작동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로 판단된다.


작은 장비 하나가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작은 점검 하나가 큰 불행을 막는다.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에 관심을 가지고, 직접 점검하는 문화가 자리 잡는 안전의 첫걸음은 언제나 ‘나 스스로의 준비’에서 시작된다. 화재는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준비된 집은 살아남는다. “불이 나도 살아남는 집의 비밀”은 주택용 소방시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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