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검색
Top
메뉴 닫기

주소를 선택 후 복사하여 사용하세요.

뒤로가기 새로고침 홈으로가기 링크복사 앞으로가기
[전문가 기고] 바다의 프롬나드_美 건국 정신과 Pilgrim Fathers (1) 홍철훈 칼럼니스트 2025-12-23 11:43:20

홍철훈 칼럼니스트1620년 Mayflower 호를 타고 美 동부에 최초로 정착한 영국 청교도를 오늘날 미국 역사에서는 ‘Pilgrim Fathers’라 부른다. 전 호(號)에 간단히 언급한 바가 있지만, 여기선 이들이 오늘날 세계 최강국인 미국을 건설하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야말로 ‘수천 킬로 넘는 바다’ 너머 미지의 세계에 도전한 모험가들이 美 역사에 끼친 선 굵은 단면을 보려 한다.


주지하듯이, 이들 Pilgrim(순례자)은 영국국교회(성공회)로부터 ‘종교의 자유’를 찾아 본국을 떠난 청교도(Puritans)들이었다. ‘성경 이해가 신앙인의 의무’라 여길 만큼 문해력(文解力)이 매우 높았고 그래 남녀, 아동에게까지 ‘읽기 교육’은 필수였다. 그런 탓에 그들이 속했던 매사추세츠 법으로 ‘50가구 이상 마을엔 학교 설립’을 의무화한 법령(1647)을 만들었고 이미 1636년에 美 최초의 대학, ‘하버드 대학’을 설립했다.


이주해서 고작 20년도 채 안 된 때였다. 더욱 놀라운 건, 오늘날 미국을 이끄는 ‘슈퍼 인재들의 요람’이랄 수 있는 소위 ‘아이비리그(Ivy League)*1’ 美 동부 8개 대학이 거의 모두 독립이전 식민지 시대(Cornell 大 제외)에 설립되었다니 놀랄만하지 않는가! 그러니까 미국독립의 원동력은 바로 이들이 시작했던 ‘시민 교육(Citizen Education)’에서 나왔음을 알 수 있다. 


더구나 만경창파 대서양 上에서 서약한 저 ‘Mayflower Compact (메이플라워 맹약)’는 왕ㆍ귀족에 위임 없이 ‘자발적 계약통치 및 다수결 합의 원칙’을 담아 훗날 美 헌법의 정신적 원형(prototype)이 되어 미국 건국이념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는 홉스(1651)․로크(1689)의 ‘사회계약론’보다 수십 년 앞선 ‘실천적 사회계약’이란 점에서 세계사적이었다. 이러한 사회적 시스템을 토대로 공동체 중심의 도덕 규범이 발달하게 되었고 ‘교회와 마을회의(Town Meeting)’가 핵심이 되어 ‘개인 양심의 자유’가 강하게 반영된 사회 운영 체계를 확립한 셈이다. 


흥미로운 건, 첫 이주자인 102명 중 겨우 30여 명 정도만 Pilgrim이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어떻게 후대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쳤을까? 먼저는, ‘첫 이주자’의 ‘첫 설계’란 점에서 그 교육적 효과가 컸다. 특히 문서화 능력이 뛰어나 설교문, 일기, 법률, 교육규정 등을 체계적으로 기록 정리해 후대 엘리트들이 이를 계승할 수 있었고, ‘소수(小數)’라 해도 신념의 응집력이 뛰어나 사상적으로 단단해 규범ㆍ제도의 정착에 크게 기여했다.



물론 오늘날 청교도가 미국에 남긴 유산은 ‘빛과 그림자’가 공존해 보인다. ‘민주적 자치’, ‘교육 중시’, ‘법치와 계약’, ‘공동체 윤리’ 등이 밝은 ‘빛’이었다면, ‘종교적 관용’이 부족해 ‘이단 탄압’에 가혹했으며 초기엔 ‘공존’했던 원주민(인디언)과의 충돌이 끊이지 않았고, ‘서부(西部)로의 진출과정’에선 극단적 충돌로 이어져 수백만의 인디언이 살상당하고 이른바 ‘눈물의 길(Trail of Tears)’을 따라 고향을 버려야 했다. 실로 美 역사에 가장 어두운 ‘그림자’로 남았다. 


하나 더 주목할 만한 건, 17~18세기 그 숱한 영국의 식민지 속에서 유일하게 자력(自力)으로 영국과 싸워 독립한 나라는 미국뿐이라는 점이다. 대단하지 않은가! 필자는, 이 또한 ‘Pilgrim Fathers’의 초기 ‘시민 교육’, 그러니까 누구에게도 억압받지 않으려는 ‘고양(高揚)된 시민의식’이 독립을 성취한 ‘국민적 용광로’가 되었다고 보고 싶다. 


6.25의 폐허 위에서 오늘날 세계 10대 무역국에, 사실상 1인당 GNP가 3만5천 달러가 넘는 경제선진국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저력(底力)도 실은 자식에게 ‘고등교육’을 지향(志向)해 왔던 ‘우리 부모들의 피땀 어린 노력’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세계에서 문맹률 1% 미만의 유일한 국가라는 UNESCO (2025) 통계가 이를 대변한다. 


게다가 인구가 5천만 아닌가!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부끄러움도 있다. 실로 ‘배고픔 극복’을 위한 생존적 측면이 컸단 점에서다. 이 통에, ‘시민 교육’에 핵심인 ‘헌법적 자유(Liberty)*2’와 ‘권리수호’에 대한 교육은 크게 못 미쳤던 것 같다. 오늘날 경제적 선진국이 되었음에도 정치가 크게 불안정하고 사회규범이 흔들리는 건 그 탓이 아닐까? 이제 교육 방향을 ‘시민 교육’에 더 역점을 두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1 아이비리그(Ivy league): Harvard 大(1636), Yale 大(1701), Pennsylvania 大(1740), Princeton 大(1746), Columbia 大(1754), Brown 大(1764), Dartmouth 大(1769), Cornell 大(1865).

*2 부산경제신문(인터넷판) 2025.6.23. “Freedom과 Liberty의 차”


부경대학교 해양생산시스템관리학부 명예교수 

홍철훈(해양물리학·어장학 전공)

hongch0692@gmail.com

관련기사

홍철훈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