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철훈 칼럼니스트지난 호 (1), (2)에서는 북미 첫 이주자인 Pilgrim (순례자)과 그 후 ‘대이주’로 이어진 청교도(Puritans)가 ‘미국 건국 정신’에 미친 영향을 중점적으로 살펴보았다. 여기서는 ‘美 독립전쟁’에 그들이 어떤 영향을 미쳤고 동부 13개 주(州)의 역할은 어떠했나 알려보려 한다.
주지하듯, ‘보스턴 차(茶) 사건(1773.12)’은 美 독립전쟁의 단초가 되었다. 영국 동인도 회사가 파산 위기에 몰리면서 강제적으로 수천 파운드의 차(茶)를 미국에 팔려다 인디언으로 분장한 차 수입업자들이 보스턴 항을 습격해 전량 바다에 버림으로써 영국 정부와 전쟁을 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결코 ‘우발적 소요’가 아니었다. 흔히 ‘차에 대한 세금 반대’와 ‘분노한 식민지인의 폭력적 저항’으로 단순화되고 있지만 실은 극도로 ‘조직적이고 상징적인 정치 행위’였다. 예컨대, 참가자 다수는 보스턴 상공인ㆍ장인ㆍ지식인이었지만 사전에 ‘회의ㆍ결의’가 있었고 재산 약탈 없이 차(권력의 상징)만 정확히 파괴했고 개인적 이익추구가 아닌 ‘공동체의 정의 구현’이라는 명분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동 양태가 뉴잉글랜드 청교도사회의 집단적 정치문화와 정확히 일치했다는 점에 주목할만하다. 그러니까 ‘공동체가 부당한 권력을 묵인하면 신의 심판이 공동체 전체에 내린다.’라는 예의 그 ‘종교적 사명’과 ‘불의에 대한 저항은 도덕적 의무’라는 청교도 공동체 인식에서 비롯된 ‘필연적 저항’이었던 셈이다. 영국과 전쟁이 개시되면서 13개 주는 불가피 ‘하나’로 뭉치게 되었으나 처음부터 ‘하나’가 된 건 아니었다.
13개 주는 ‘북부’ 뉴잉글랜드 4개 주(매사추세츠, 코네티컷, 로드아일랜드, 뉴햄프셔)와 ‘중부’ 4개 주(뉴욕,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델라웨어), 그리고 ‘남부’ 5개 주(버지니아, 메릴랜드,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조지아)로 구성되었으나 그 ‘주(州) 성격’이 각기 달랐다. ‘북부’ 뉴잉글랜드는 청교도 중심에 ‘돈보다 질서’가 중시되었고 배타적 성격이 강했던 반면, ‘중부’는 네덜란드ㆍ영국인 혼합에 상업ㆍ무역 중심이고 종교에 관용적이어서 ‘다원주의 실용적 사회 모델’을 지향하였다. 한편, ‘남부’는 전통적으로 귀족적 엘리트에 노예제 기반 ‘대농(大農) 경제’였으며 특히 버지니아는 최초의 식민지 의회(1619)를 구성해 일찍이 ‘정치 선진주(先進州)’로서 훗날 워싱턴, 제퍼슨, 매디슨을 배출하였다.

독립전쟁의 불씨가 다른 주보다 ‘북부’ 뉴잉글랜드에서 튄 것도, 애초부터 소극적인 ‘남부’나 ‘온건ㆍ실용ㆍ조정’을 지향했던 ‘중부’보다 조직적ㆍ이념적 저항이 컸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꽃을 당긴 북부 청교도사회에 중부ㆍ남부가 말려든 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독립전쟁의 양상은, 개전 시(1775.4)는 모국(母國)(영국)으로부터 ‘권리회복’이 주된 명분이었는데, 아예 ‘독립하자’라는 토머스 페인(Thomas Paine, 1737~1809)의 팸플릿 ‘상식(Common Sense, 1776.1)’이 나오면서 사실상 그 성격이 ‘독립전쟁(1976.7)’으로 급변하게 되었다.
흥미로운 건, 전쟁의 이념과 명분은 ‘북부(뉴잉글랜드, 청교도)’에서 나왔으나 실제 ‘전쟁 사령관(워싱턴)’과 ‘독립선언서 기초(제퍼슨)’는 ‘남부(버지니아)’에서 나왔고 독립전쟁과정에서 구체적인 조정자(프랭클린)는 ‘중부(펜실베이니아)’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특히 벤저민 프랭클린(1705~1790)은 ‘조정자(調整者)로서 화신(化身)’에 가깝다고 알려져 있다. 이를테면 북부의 ‘도덕적 급진성’과 남부의 ‘귀족적 신중함’을 잘 조정해 절대적 도덕보다는 공공의 유익에, 이념보다는 효과와 합의에, 설교보다는 상식과 경험을 앞세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안타까운 건, 19세기 후반으로 가면서 ‘프랭클린’ 같은 조정자의 입지가 급격히 축소되면서 심지어 링컨마저도 애초 ‘조정자’에서 ‘선택자’로 변해, “이 나라의 반은 노예, 반은 자유로 존재할 수 없다(1858).”라고 태도를 바꾸게 되고 동족상잔의 ‘남북전쟁(Civil War, 1861)’으로 치닫게 된다는 점이다. 결국 ‘북부’가 승리하면서 미국 사회는 더욱 ‘청교도 중심사회’로 굳어져 오늘에 이르게 된다.
해방 이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적 밀접성이 커진 ‘美 역사의 뿌리(독립전쟁)’를 ‘Pilgrim’과 Puritans의 ‘청교도 정신’ 속에서 살펴본 건 오늘날 더욱 중시되는 대미 관계 속에서 우리에게 참고될 바가 클 것으로 보인다.
부경대학교 해양생산시스템관리학부 명예교수
홍철훈(해양물리학·어장학 전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