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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수돗물, 언제까지 ‘막연한 안심’만 강요할 것인가” [인터뷰] 오다겸 ‘건강한 물먹기 범시민운동본부’ 추진위원장 이상철 기자 2026-03-19 21:20:01

19일 대한민국 국제물산업박람회(BEXCO 제1전시장)에서 만난 '건강한 물먹기 범시민운동본부' 오다겸 추진위원장.부산의 젖줄이자 유력한 식수원인 낙동강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오는 22일 ‘세계 물의 날’을 앞두고 시민단체들은 부산의 높은 암 발생률과 낙동강 수질 사이의 상관관계 규명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단순한 환경 이슈를 넘어 시민의 ‘건강권’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절박한 외침이다. 과연 부산의 물은 안녕한가. 우리는 지금 제대로 된 길을 걷고 있는가. ‘건강한 물먹기 부산·경남 범시민운동본부’ 오다겸 추진위원장을 만나 그가 던지는 묵직한 문제의식과 해법을 들어봤다.<편집자 주>


Q. ‘세계 물의 날’을 앞두고 목소리를 높이신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A. 우리 사회에서 물 문제는 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습니다. 하지만 본질은 정반대입니다. 물은 곧 생명입니다. 유엔(UN)은 이미 ‘안전한 물에 대한 접근’을 인간의 기본권으로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부산 시민들은 수십 년째 “내가 마시는 이 물이 정말 안전한가”라는 근본적인 의구심을 떨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번 기자회견은 단순한 문제 제기를 넘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생존의 의제’를 공론화하기 위한 결단이었습니다.


Q. 부산의 높은 암 발생률과 낙동강 수질을 연결 짓는 주장이 파장이 큽니다.


A. 오해가 없길 바랍니다. 우리는 “수돗물이 암의 직접적 원인이다”라고 단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부산의 암 발생률이 전국 최고 수준이라는 ‘데이터’와 낙동강 수질에 대한 ‘뿌리 깊은 우려’가 동시에 존재한다면, 이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국가의 당연한 책무라는 뜻입니다. 의심되는 지점을 외면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비과학적인 태도입니다. 시민의 불안을 해소할 책임은 국가에 있습니다.


Q. 현재 낙동강 수질의 가장 큰 위협 요소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낙동강은 상류에서부터 수백 개의 산업단지를 관통해 내려옵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화학물질이 섞일지 누구도 장담 못 합니다. 특히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는 PFAS(과불화화합물)가 심각합니다. 체내에 축적되지만 기존 정수 체계로는 완전히 걸러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매년 반복되는 녹조 독성 문제까지 더해지면 시민들의 불안은 ‘공포’로 변합니다. 이건 단순한 냄새의 문제가 아니라 명백한 독성의 문제입니다.


AI 이미지(제미나이 생성)Q. 부산시의 고도 정수 처리 기술이면 충분히 안전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A. 기술에 대한 과신이 가장 위험합니다. 정수 처리는 ‘오염된 물을 최대한 닦아내는 과정’일 뿐, ‘오염 전의 깨끗한 물’로 되돌리는 마법이 아닙니다.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왜 우리는 끊임없이 오염 가능성에 노출된 물을 막대한 비용을 들여 정화해서 마셔야 합니까? 이건 기술의 한계가 아니라 정책적 결단의 문제입니다.


Q. 시민단체가 제시하는 구체적인 해법은 무엇입니까?


A. 크게 다섯 가지 축입니다. 첫째, 국가가 안전한 물 공급의 주체임을 명확히 할 것. 둘째, 암 발생률과 수돗물 간의 상관관계를 정부 차원에서 정밀 조사할 것. 셋째, 낙동강 수질 개선을 위한 범국가적 특별대책을 수립할 것. 넷째, 안전한 대체 식수원을 조속히 확보할 것. 다섯째, 이 모든 것을 즉각 실행에 옮길 것. 요약하자면 “의심을 방치하지 말고, 위험을 분산하라”는 것입니다.


Q. 대체 식수원으로 거론되는 ‘덕산댐’ 건설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입니까?


A. 지리산 수계는 오염원이 적고 수량이 풍부해 매력적인 대안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댐 건설이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는 만능열쇠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환경 파괴와 수몰 피해, 지역 간 갈등이라는 사회적 비용이 뒤따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안합니다. 덕산댐을 포함한 모든 가능한 대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가장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 무엇인지 투명하게 검증하자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성급한 ‘정답’이 아니라 제대로 된 ‘검증’입니다.


Q. 이 문제를 다가오는 선거와 연결해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A. 당연히 그래야 합니다. 물은 정치의 가장 기본이자 핵심 영역입니다. 도로를 닦고 산업을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민이 매일 마시는 물보다 더 시급한 민생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번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은 명확히 답해야 합니다. 낙동강을 고수할 것인지, 대안을 찾을 것인지, 아니면 지금처럼 방치할 것인지 말입니다. 침묵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무책임한 회피일 뿐입니다.


19일 대한민국 국제물산업박람회(BEXCO 컨벤션홀)에서 만난 '건강한 물먹기 범시민운동본부' 오다겸 추진위원장.Q. 마지막으로 부산 시민들께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우리는 너무 오래 참아왔고, 너무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남들도 다 마시는데 괜찮겠지”라는 타성은 위험합니다. 깨끗한 물은 우리가 구걸해서 얻는 시혜가 아니라,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입니다. 권리는 요구할 때 비로소 지켜집니다. 이제 시민들이 직접 물어야 합니다. “우리는 정말 안전한 물을 마시고 있는가?” 이 질문이 멈추지 않을 때, 비로소 정책이 움직이고 세상이 바뀔 것입니다.


■ 기자의 시선

오다겸 위원장(전 사하구의회 부의장)의 목소리는 투쟁적이라기보다 오히려 합리적이다. 그의 요구는 ‘의심을 제도화하라’는 것이다. 낙동강 식수 논쟁은 수십 년 된 해묵은 과제지만, 지금의 흐름은 과거와 다르다. 환경 보호라는 담론을 넘어 시민 개개인의 ‘생존’과 ‘건강’이라는 절박한 실존 문제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는 언제까지 이 간절한 물음에 답을 미룰 것인가. 이제 낙동강의 대답이 아닌, 국가의 대답이 필요한 때다.

이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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